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탄탄대로를 걷는 스타트업(벤처)은 없다. 반복된 위기와 좌절을 자양분 삼아 성공의 길을 찾는 것이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2016년 인천 송도에 설립된 바이오벤처 폴루스(POLUS)도 2년이 조금 못 미치는 기간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제 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1세대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표방한 폴루스는 첫해 국내외에서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그다음해 초 경기도 화성 장안지구에 바이오시밀러 공장을 착공하는데 성공했다. 대규모 채용도 진행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부터 생산까지를 모두 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시작이었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예정됐던 투자들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자금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결국 버텨낸 끝에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연말 폴루스 대주주인 폴루스홀딩스가 코스피 상장사 암니스를 인수하고 이를 통해 자금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26일 암니스는 주주총회를 통해 폴루스바이오팜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폴루스그룹은 이제 지주회사격인 폴루스홀딩스를 중심으로 폴루스, 폴루스바이오팜이라는 양날개로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본격화한다.
남승헌 폴루스그룹 회장은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을 중단없이 계속했으며 원칙을 지키는 경영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차근차근 성장해 가겠다"고 말했다.
◇란투스 바이오시밀러 내년 글로벌 임상 "원가 경쟁력 확보"
폴루스의 당면 과제는 1세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공적인 진입이다.
1세대 바이오시밀러는 인슐린, 성장호르몬과 같은 미생물 기반의 바이오의약품을 말한다. 남 회장은 "1세대 바이오시밀러를 택한 이유도 성공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라면서 "미생물 기반 바이오시밀러는 항체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구조가 명확하고 이미 시장에 바이오시밀러가 나와 임상 프로토콜뿐 아니라 허가 규제 등도 잘 정리돼 있어 큰 난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약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빅파마 입장에서는 1세대 바이오시밀러 관심이 덜하며 인도 중국 등의 제약사들은 선진 시장 진출 노하우가 적다. 폴루스가 노린 것은 그 틈새다.
폴루스는 인슐린인 란투스(Lantus, 지속성), 휴마로그(Humalog, 속효성)를 우선 개발하고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노르디트로핀(Norditropin), 황반변성 치료제인 루센티스(Lucentis) 등을 타깃하고 있다. 란투스는 글로벌 매출은 111억 달러(2016년 기준, 약 12조원)로 항체 바이오의약품 휴미라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휴마로그 역시 43억달러(약 4조 7000억원)에 이른다.
폴루스는 상반기 경기도 화성 장안지구의 2만리터 규모의 1세대 바이오시밀러 공장 완공(7월말 예정)과 함께 글로벌 임상을 위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와 사전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폴루스는 3~4개월의 시험생산을 거쳐 연말에는 란투스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임상을 개시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는 전임상이 거의 마무리됐으며 휴마로그는 세포주 개발 단계다. 폴루스 관계자는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제품과 동등하다고 이야기할만큼 검증이 끝났다"면서 "현재 통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임상을 통해 2020년 초 유럽 의약품청(EMA)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신청해 2021년 이후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부터 상업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폴루스는 이 과정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관련해 독점 판매권 및 로열티 계약도 함께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출시된 '베이사글라(일라이 릴리)'와 함께 루수두나(삼성바이오에시프-MSD)' '셈글리(마일란-바이오콘)' 등의 경쟁자가 있다. 남 회장은 "공장 건설부터 공정혁신을 통해 수율과 효율성을 각각 2배 이상 올렸다"면서 "전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의 가격을 50%이상 낮추는 가격 정책을 추진한다면 후발주자라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설명이다.
◇CMO 사업도 올해 본격화..폴루스바이오팜 "신약개발"
폴루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바이오CMO사업(Bi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도 올해 본격 추진한다.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바이오의약품 수요를 위탁생산 생산능력(CAPA)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폴루스 관계자는 "특히 블록버스터급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개발, 생산됨에 따라 이를 생산할 대용량의 CMO가 필요하지만 공급은 2~3개 회사(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에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CMO는 바이오시밀러 대비 이익이 작지만 꾸준하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바이오의약품 공장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시간에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역시 원가경쟁력으로 귀결된다.
남 회장은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결합체) CMO 등 차별화되면서도 고객 맞춤형의 CMO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올해 자금을 확보하는대로 부지를 계약하고 독점 계약을 하는 등의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CMO 사업은 고용효과 측면에서도 정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터키 사야그룹(SAYA)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통한 현지 바이오시밀러 공장 건설 계획도 올해 본격화한다. 사야그룹은 폴루스 설립 초기 약 144억원을 투자한 파트너다. 남 회장은 2016년 터키 쿠데타 상황에서 현지에 건너가 계약을 성사시켰다.
터키 JV가 설립하는 바이오시밀러 공장은 폴루스 장안공장의 70% 수준으로 총 투자규모는 약 1800억원에 이른다. 사야그룹이 자본을 조달하고 폴루스는 핵심 기술을 이전한다. 터키의 JV 공장은 2018년 상반기 중으로 설계 및 착공을 시작해 2019년말 완공과 2020년초 시험생산, 다음 해인 2021년에 유럽 EMA와 터키식약청으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에 대한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생산되는 제품은 폴루스의 유럽 현지 독점판매 파트너사와 SAYA그룹의 독점판매 계약지역인 터키, 러시아-CIS, 동유럽,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 공급할 예정이다.
남 회장은 바이오의약품 신약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브라이언김 부회장(엔큐라진 대표)과 협업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남 회장은 "개발부터 임상, 생산까지 콘트롤할 수 있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약을 추진한다"면서 "폴루스바이오팜(옛 암니스)이 신약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파이프라인 도입, 희귀의약품 개발 등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인력 '강점'..추가 투자도 유치
폴루스의 강점은 국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등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험을 축적한 인력 구성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부터 해외판매망 구축까지 두루 경험한 남 회장과 더불어 박주호 사장(제품 기획 개발 전문가), 브라이언 김 부회장(바이오의약품 품질 전문가), 김용직 부회장(생산 전문), 소민영 고문(건설 전문) 등 핵심 인력이 포진해 있다. 남 회장은 "글로벌 레벨의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개발하며 글로벌 임상을 통해 허가를 받고 판매까지 경험이 돼 있는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자금 문제도 올해는 반전을 기대케 했다. 폴루스바이오팜을 통해 800억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한 이후 폴루스는 별도의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800억원이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추가적인 국내외 투자유치를 통해 2018년 상반기까지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관련해 독점 판매권 및 로열티 계약도 대기하고 있다. 남 회장은 "(상반기 확보할 6000억원이면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 완공과 글로벌 임상,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도 시작하기에 충분한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폴루스와 폴루스바이오팜 주주 모두를 귀하게 여기고 공평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합병 등 다양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회장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업문화와 비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직원들간의 경쟁을 붙이기 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꿈꾼다"면서 "우리는 회사가 추구한 목표에 달성하면 S, A 평가와 인센티브만 있을뿐 B, C, D는 없다"고 했다. 상위 10%를 정하면 그 안에서 다시 1~10등이 나뉘는 무한경쟁이 반복되는 회사는 폴루스의 미래가 아니다.
그렇다면 직원 개개인의 성장은 어떻게 담보할까. 남 회장은 "각각의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 개인이 성과를 내고 그 성취감을 바탕으로 일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일이 성과를 내는 경험은 마약과도 같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인이 성장해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언제나 '인류애'를 강조한다. 폴루스의 이름도 밤하늘의 길잡이인 북극성을 의미하는 폴라리스의 라틴어다. 남 회장은 "바이오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환자들이 좋은 치료를 받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향후 폴루스가 글로벌 기업에 도약하면 글로벌 바이오제약 네트워크를 구성해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