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맞춤형 유전자교정(Genome Editing) 도구를 찾아주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대의대 김형범 교수(약리학/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팀과 서울대공대 윤성로 교수(전기정보공학부)팀은 연구자가 유전자 교정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유전자가위를 제시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IF 41.67)지 온라인 판 1월 30일자로 게재됐다고 밝혔다.
유전자가위는 동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효소이다. DNA를 자르는 ‘절단효소’와 이 절단효소를 목표로 한 DNA ‘염기서열’로 이끌어 달라붙게 하는 운반체이자 길라잡이인 ‘가이드(Guide)RNA’로 이루어진다. 유전자 교정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선택한 유전자가위를 목표로 한 DNA염기서열로 부착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수많은 ‘가이드RNA’ 종류 중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하게 목표로 한 DNA염기서열로 접근해 부착돼 충분한 유전자 교정효과를 낼 수 있는지의 '선택의 문제'가 큰 고민이었다. 김 교수는 "기존에 유전자가위의 효과를 예측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 가위에 대한 저장된 정보량이 적어 부정확한 예측 값을 산출해 활용도가 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한계를 넘고자 김형범 교수는 입력되는 다양한 형태의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그 속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찾아 제시할 수 있는 ‘딥 러닝’(Deep Learning)기술을 가진 인공지능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국내 인공지능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윤성로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인공지능형 유전자가위 예측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로서 김형범 교수는 앞서 개발한 유전자가위의 활성도를 대량으로 측정할 있는 첨단 분석기법으로 얻은 1만 5000개에 달하는 각기 다른 가이드RNA를 가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pf1)의 유전자교정 효과 정보를 내놓았다.
윤성로 교수는 이 정보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통해 다양한 조건 속에서 최적의 유전자 교정 효과율을 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높은 순부터 제시하도록 했다. 윤 교수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연구자는 가장 최적의 유전자가위의 정보를 받아 수개의 유전자가위만을 실제로 제작, 실험을 통해 검증함으로써 시간과 노력,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실제 실험 결과 치와 인공지능이 제시한 예측 값의 상관관계가 0.87로 수렴되는 매우 높은 신뢰도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상관관계 값이 1에 가까울 수로 보다 큰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여주며, 기존 활용되던 유전자가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평균 0.5~0.6의 값을 보여줬다.
개발된 인공지능의 높은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던 이유로 연구진은 기존 프로그램에는 없던 새로운 변수 조건을 넣고 학습시킨 것이 중요했다고 의견을 모은다. 특히 유전자 가위가 목표하는 DNA 염기서열로 접근, 성공적으로 부착하기 위한 ‘염색질 접근성’(Chromatin Accessibility)까지 고려한 정보를 인공지능에 넣었다.
향후 더 많은 유전자 가위의 효과 정보를 추가적으로 인공지능에 학습시킬수록 정확도와 신뢰도가 향상된 유전자가위 효과예측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윤 교수는 "유전자치료와 신약개발 등 의료산업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는 유전자가위 효과예측 프로그램을 만듦으로서 관련 산업분야를 우리나라가 선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연구 의의가 크다면서 "이번 공동연구 성과를 통해 향후 국내 의학과 공학 분야의 융합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의대와 서울공대 연구팀의 공동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후원을 받아 지난 1년 여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