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2020년대는 국내 기업들이 신약을 갖고 적극적으로 글로벌에 진출해야 할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의 세계화, 글로벌 M&A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캐피탈(VC)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 본부장은 26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KDDF 인베스트먼트 포럼'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VC의 전문성 강화와 역할 재정립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크게 3부분으로 구분했다. 2000년 들어 신약개발의 흐름이 시작됐고 2010년쯤 한미약품을 기점으로 드물던 해외 기술수출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해외 진출 성공을 통해 기업들의 마케팅, 상업화 경험이 축적되는 경험도 생겼다. 2020년대를 맞이하는 현재는 글로벌 진출의 시기다.
김 본부장은 "벤처캐피탈의 투자현황을 살펴보면 국내의 경우 초기 투자보다 중기나 후기 쪽에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투자금 회수경로는 기업공개(IPO) 외에는 다른 방법이 거의 없다"면서 "IPO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을 살펴보면 공모가보다 하회하는 경우가 80%다. 기업을 고르는 선구안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억 본부장은 벤처캐피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로 신약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가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눈을 넓혀 용병을 수입하는 방향까지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해외 자본 조달, 교차투자 역량 확보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사업모델의 다각화를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VPD(Velocity Pharmaceutical Development)의 경우 회사가 아니라 단일약물 후보물질 등 프로젝트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후보물질 각각을 대상으로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 중심 투자모델 역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호주의 주정부와 벤처캐피탈, 신약개발 전문가들이 모여서 회사를 설립하고 대학에서 연구중인 초기 파이프라인을 라이선스 아웃하거나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모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태억 본부장은 "다양한 형태의 비지니스모델은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와 수익률 개선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여러가지 선택 옵션을 제공하는 등 쌍방에 이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규제나 제도의 문제로 인해 쉽게 이뤄지기 힘들 수 있지만 관련 종사자들이 정책제안도 하고 새로운 모델을 직접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이날 R&D 측면과 생태계, 제약기업으로 세분화해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의 주요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R&D 분야를 살펴봤을 때 혁신신약(First-in-class)의 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대형제약기업의 파이프라인 가운데 혁신신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고 임상단계에 진입한 것 역시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벤처 역시 차별화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의 수는 한정적이다.
김 본부장은 "생태계 측면에서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부족을, 제약기업의 경우 낮은 영업이익률과 글로벌 영업 역량 부족 등도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