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레미케이드 엔브렐 뿐아니라 휴미라 허셉틴 리툭산 등 다른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까지 바이오시밀러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제약사가 발표한 2018년 실적 곳곳에는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활약상이 담겨 있다.
◇유럽 휴미라 시밀러 대전..삼성 임랄디 '주도권'
전세계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유럽 특허가 작년 10월 끝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를 비롯해 암제비타(암젠), 하이리모즈(산도즈), 훌리오(밀란·후지필름쿄와기린)가 거의 동시에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임랄디가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삼성의 유럽 마케팅 파트너사인 바이오젠 실적발표에 따르면 임랄디는 출시 첫 분기인 작년 4분기 1670만달러(190억원) 매출을 올렸다. 10월 중순 임랄디를 시장에 출시한 지 약 두달 반만에 올린 실적이다.
경쟁사 중에서 임랄디만 유일하게 실적을 공개했다. 암젠의 경우 암제비타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칸진티(5월 출시)의 실적을 합산한 4분기 매출 3400만달러를 공개했다. 하지만 앞선 5월 출시한 칸진티가 2~3분기 2100만달러 매출을 올렸고 상승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암제비타의 매출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12월말 기준으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임랄디의 유럽 점유율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툭산·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진격에 로슈 실적↓
셀트리온이 개발한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2017년 4월 영국에서 론칭한 이후 유럽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트룩시마는 작년 3분기 유럽에서 3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특히 영국(66%), 프랑스(42%), 이탈리아(31%) 등 주요 5개국에서 더 높은 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만 다양한 현지 제약사들이 제품을 공급하다보니 정확한 합산 매출이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리툭산을 유럽에 판매하는 로슈의 실적에서 트룩시마의 선전을 엿볼 수 있다. 로슈의 지난해 리툭산 유럽 매출은 9억1600만프랑(약 1조3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 감소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지 않은 미국에서의 리툭산 매출은 42억9000만프랑(약 4조8300억원)으로 전년보다 4% 늘었다. 트룩시마의 유럽 시장 잠식이 리툭산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역시 마찬가지다. 로슈의 지난해 허셉틴 유럽 매출은 18억4900만프랑(약 2조8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분기별로 보면 더욱 드라마틱한데 1분기는 3% 감소한 5억5100만프랑의 매출을 올렸으나 2분기 5억2500만프랑(7%감소), 3분기 4억1900만프랑(21%), 4분기 3억5400만프랑(34%)로 급격히 매출이 감소했다. 삼성의 온트루잔트는 3월,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5월 유럽에 출시됐다.
셀트리온은 지난 3분기 유럽에서 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온트루잔트의 유럽 판매사인 미국 머크는 바이오시밀러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램시마·베네팔리 유럽 레미케이드 시밀러 시장 '석권'
셀트리온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는 이미 유럽 시장을 석권했다.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램시마는 작년 3분기 유럽에서 5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이미 넘어섰다. 램시마의 유럽 판매사 중 하나인 화이자 매출을 살펴보면 램시마의 지난해 유럽 매출은 3억1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플릭사비 역시 지난해 900만달러에서 4320만달러로 매출이 380%가량 폭증했다.
반면 미국 머크의 레미케이드 유럽 매출은 지난해 5억8200만달러도 전년대비 30.5%감소했다. 레미케이드 매출은 전년(34%)에 이어 2년 연속 30%대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는 작년 유럽에서 4억8502만달러 매출(바이오젠 집계)을 기록해 전년(3억7080만달러) 대비 30.9%의 성장을 보였다. 반면 화이자의 엔브렐 유럽 매출은 11억5200만달러로 전년(14억1000만달러) 대비 18.3% 감소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베네팔리는 유럽 전체 엔브렐 시장에서 40%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韓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 도전은 '현재 진행형'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 미국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각종 할인정책, 소송전 등으로 유럽 만큼 바이오시밀러 침투 속도가 빠르지 않다.
화이자는 지난해 램시마의 미국 매출이 2억5900만달러(2900억원)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전년 1억1800만달러에 비해 매출이 119.5% 증가한 것이다. 화이자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2016년 12월부터 미국 시장에 독점 판매하고 있다. 램시마는 출시 첫 해 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매분기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는데 작년 4분기는 전분기(7100만달러) 보다 소폭 감소한 7000만달러 매출로 주춤했다. 미국 머크는 삼성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의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오리지널의약품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36억6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매출 45억2500만달러에 비해 19.0% 감소했다. 레미케이드 매출의 감소세는 뚜렷했지만 유럽만큼의 점유율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램시마, 렌플렉시스를 필두로 트룩시마, 허쥬마, 온트루잔트 등 국산 바이오시밀러들이 대거 허가를 받아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의약품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