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SLMS(Secret Lab of Mad Scientist) 대표
지난 연재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류는 지금까지 인플루엔자, 황열병, 폴리오, 천연두 바이러스 등 수많은 바이러스 유래 질병과의 전쟁을 치루어 왔지만 상당수의 경우 이를 예방하는 백신이 개발되었고, 백신이 개발된 상당수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우리는 바이러스 질병을 박멸하는 ‘완전한 승리’의 목전에 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대가 있다면 바로 후천성 면역결핍증(Accquired immunodefiency syndrome, AIDS)을 유발하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ency virus, HIV)일 것이다. 일단 병원체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에는 약독화된 바이러스나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를 통하여 백신이 개발된 바이러스와는 달리 HIV는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기 힘들며, 따라서 주로 백신보다는 항바이러스 제제를 통하여 질병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알아본 바이러스와의 전쟁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바이러스 질병의 경우 병원체 이전에 질병 자체가 오래전에 알려졌고, 이러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파악하여 여기에 대응하는 치료 및 백신이 만들어진 반면, HIV가 속한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는 실제로 인간에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알려지기 훨씬 이전부터 연구가 되었고, 이러한 연구가 나중에 질병을 일으키는 레트로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치료법이 개발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도 다른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연구와 사뭇 다르다.
본 연재에서는 앞으로 3회에 걸쳐 1980년대에 인류 멸망을 초래할 ‘20세기의 흑사병’ 으로 등장한 AIDS과 HIV, 그리고 레트로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사를 다루고, 이러한 AIDS가 ‘관리 가능한 만성 질병’ 으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알아보기로 한다.
레트로바이러스의 발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