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실험의 가장 기초이자 중요한 작업인 마이크로피펫(Micropipette)을 통한 피펫팅(pipetteting). 신생 스타트업 디앤에이보이(DNABOY)는 이를 혁신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번거로움, 오류, 고비용을 유발하는 피펫팅을 없애고 효소, 유전자, 면역진단까지 한번에 가능하도록 자동화했다.
손문탁 디앤에이보이 대표는 최근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제품 양산을 통해 유기농 시장부터 진출할 계획"이라면서 "전세계에서 공유할 수 있는 바이오어세이(Bioassay)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앤에이보이는 이 새로운 제품명을 전세계에서 친숙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DNABOY'로 명명했다.
디앤에이보이는 랩 자동화 분야에서 오랜 연구를 해온 손문탁 대표와 바이오케미스트리 전문가인 권재열 CTO가 2018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올해 액트너랩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프로그램에 선정돼 초기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했으며 지난 7개월간 진행된 'K-Global 액셀러레이터 육성사업'에 참여해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했다.
두 창업자는 실험실에서 자주 쓰는 실험도구인 피펫과 피펫팅의 혁신이 필요하는데 공감했다. 실험자가 수작업으로 하는 피펫팅은 반복되는 작업에 따른 불편함, 실수의 가능성이 상존했다. 또한 정밀측정이 가능한 마이크로피펫의 경우 피펫팅을 위해 평균 4kgf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점도 작업자에 부담이었다.
일부 전문가용 피펫팅 자동화 장치가 시장에 나와있긴 하지만 고가에다 고비용 구조여서 일반실험실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웠다.
디앤에이보이는 피펫팅 작업 뿐 아니라 효소, 유전자, 면역분석까지 한 장비에서 자동으로 진행가능한 'DNABOY'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피펫 팁(TIP)을 개발했고 로봇 및 3D프린팅 원리를 융합했다. 시약이 들어가 있는 카드형 카트리지에 샘플을 넣어 'DNABOY'에 넣으면 미리 입력한 프로토콜대로 피펫팅에 분석까지 진행해 결과를 도출해준다.
손 대표는 "카트리지만 넣으면 초소형 장비에서 빠른 시간에 피펫팅과 결과 분석까지 진행한다. 카트리지 카드 및 프로토콜 설계에 따라 어떤 유형의 검사도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100~200달러, 혹은 그 이하로도 공급 가능한 저렴한 장비여서 누구나 쉽게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효소 분석뿐 아니라 유전자분석, 면역분석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디앤에이보이는 내년 DNABOY의 양산을 목표로 한다. 첫번째 도전할 시장은 발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한 유기농 인증 분야 '잔류농약검사' 시장이다. 농가에서 유기능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생제, 화학비료, 제초제 등과 같은 화학물질이 농산물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외부 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즉각적으로 검사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자체 검사 장비를 구비하더라도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복잡한 피펫팅 작업을 농가에서 직접 하기는 힘들었다.
손 대표는 "DNABOY를 활용하면 유기농 농가에서 간단히 잔류농약검사 등을 수행해 유기능 인증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유기농 농산물 시장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앤에이보이는 이후 임상시험 등을 거쳐 바이오 진단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DNABOY는 항생제 내성 검사, 유전자 검사, 면역항원항체 반응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새로운 바이오어세이 플랫폼으로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 플랫폼기술을 전세계 연구자가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는 지식축적형 비즈니스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글로벌 진단회사들이 우리사회의 브랜드를 사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