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레버씨 선천성 흑암시10(Leber’s congenital amaurosis 10, LCA10)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네덜란드 프로큐알(ProQR)이 우선심사 바우처(Priority Review Voucher, PRV)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프로큐알은 레버씨 선천성 흑암시10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RNA 기반 올리고뉴클레오티드(oligonucleotide) 치료후보물질 ‘세포파센(Sepofarsen, QR-110)’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Rare Pediatric Disease, RPD) 치료제로 지정됐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FDA는 희귀소아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희귀소아질환 지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개발 중인 치료후보물질이 희귀소아질환으로 지정되면, 이 신약이 승인될 경우 해당 제약기업은 신약승인심사 기간을 기본 10개월에서 6개월로 줄일 수 있는 우선심사 바우처를 받는다. FDA의 희귀소아질환 지정대상은 0세부터 18세까지의 환자에게서 중증의 장애를 일으키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이다.
레버씨 선천성 흑암시는 시력 소실, 눈 떨림, 망막 색소변성 등 선천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레버씨 선천성 흑암시 환자의 시력은 0.1 정도부터 빛의 유무만 감지하는 정도의 광각유, 빛조차 감지할 수 없는 실명 상태인 광각무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세계 인구 4만 명당 약 1명에게 발병하는데, 서구에선 저시력 아동 특수학교 학생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버씨 선천성 흑암시는 GUCY2D, RPE65 등 상염색체에 있으면서 망막의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열성형질로 유전돼 발병한다. 세포파센이 표적하는 레버씨 선천성 흑암시10은 CEP290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로 나타난다. CEP290 유전자는 체내 세포의 중심체(centrosome)와 섬모(cilia)를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을 합성한다. CEP290 돌연변이(p.Cys998X 또는 c.2991+1655A>G)로 기능할 수 없는 CEP290 단백질이 만들어지면, 막대세포(rod cell) 구조를 지탱하는 섬모가 자라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막대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해 시력을 잃게 된다.
세포파센은 CEP290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부위에 결합한다.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스플라이싱(splicing) 과정을 교정한다. 세포파센 투여로 레버씨 선천성 흑암시10 환자의 스플라이싱 과정을 교정하면, 기능할 수 있는 CEP290 단백질이 생성된다. 섬모를 형성할 수 있게 된 막대세포는 정상적인 기능으로 작동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결과가 발표된 세포파센 임상1b/2상(INSIGHT, NCT03913130)에서 LogMAR로 측정한 환자의 시력 정확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NSIGHT 연구에 참여한 11명의 환자는 한쪽 안구에 세포파센을 6개월에 한 번씩 2회 투여받았다. 그 결과, 세포파센을 투여받은 쪽 안구의 시력 정확도는 –0.55 LogMAR 개선된 것에 비해, 치료받지 않은 반대편 안구는 –0.11 LogMAR 개선에 그쳤다.
LogMAR는 숫자가 작을수록 시력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0.0 LogMAR는 정상 시력인 1.0을 의미하며, 1.3 LogMAR보다 높으면 실명한 것으로 판단한다. INSIGHT 연구에서 세포파센을 투여받은 안구의 LogMAR 감소 정도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된 만큼, 세포파센 투여가 시력 정확도를 개선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현재 프로큐알은 INSIGHT 연구를 바탕으로 임상2/3상(ILLUMINATE, NCT03913143)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