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신소재인 그래핀양자점을 활용해 새로운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국내 바이오벤처 바이오그래핀은 그래핀양자점의 유효성, 안전성 등을 입증할 비임상을 거쳐 이르면 오는 2021년 글로벌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그래핀융합기술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그래핀양자점으로 염증성 장질환에 치료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IF=12.5) 온라인판에 게재됐다고 8일 밝혔다('Graphene quantum dots as anti-inflammatory therapy for colitis' Sci. Adv. 2020; 6: eaaz2630).
그래핀양자점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의 가장 작은 형태로 수십 나노미터 이하의 크기를 가지는 탄소 구조의 나노물질이다. 그래핀은 차세대 디스플레이·IT 소재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 새로운 질병치료제 및 운반체로 주목받고 있다.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융기원 그래핀융합기술연구센터장), 강경선 교수(서울대 수의대) 연구팀과 융기원 입주 벤처기업 바이오그래핀 연구팀은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그래핀양자점이 장내 염증을 제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장조직의 섬유화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그래핀양자점이 치료효과를 보임과 동시에 발병시 증상을 약화시킬 수 있는 예방효과가 있음을 각기 다른 동물 모델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팀은 급성대장염 마우스모델에서 그래핀양자점 투여 2주후 생존률이 5%에서 50%까지 상승했으며 체중이 90% 정도(13일 후)까지 회복된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그래핀양자점 투여시 질병활성도가 60%가량(10일 후) 감소됐으며 대조군에 비해 결장(結腸) 길이가 50%가량 증가한 결과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약리작용 분석을 통해 그래핀양자점이 염증성 싸이토카인을 생산하는 Th1 및 Th17 세포의 생성 및 분화를 막아 과도한 염증 반응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탐식 세포를 M1에서 M2유형으로 전환시켜 직접적으로 염증반응을 억제할 뿐 아니라 조절 T세포의 장내 침윤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장내 면역 환경의 변화는 장염의 효과적인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두되는 나노물질의 체내 독성과 체외 배출 여부에 대해서도 장기간 추적실험을 수행한 결과, 그래핀양자점은 독성이나 특이적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며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핀양자점이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제로서 충분한 생체 적합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홍병희 센터장은 “서울대 특허기술을 바탕으로, 융기원에 입주한 벤처기업인 그래핀스퀘어(생산), 바이오그래핀(신약개발)과 함께 그래핀양자점의 대량생산, 유효성,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을 진행 할 예정"이라면서 "이르면 2021년 글로벌 임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신약개발을 주도할 바이오그래핀은 2017년 홍병희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바이오벤처기업으로 그래핀양자점 소재를 신약개발에 접목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