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연구진과 바이오벤처가 환자맞춤형 '운동신경세포'를 제작해 동물모델에서 운동기능 회복과 신경재생 효과를 확인했다. 교통사고, 산업재해로 인한 척수 손상, 루게릭병 같은 운동신경세포 파괴 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결과다.
김정범 UNIST 교수 연구팀은 피부세포에 유전인자 두 종을 주입해 척수를 구성하는 '운동신경세포'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김 교수가 창업한 '슈파인세라퓨틱스'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최근 유럽 분자생물학회 학술지 '이라이프(eLife, IF 7.551)'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원하는 목적 세포를 피부세포에서 바로 얻는 직접교차분화(direct conversion) 기법을 이용해 운동신경 세포를 제작했다. 환자 피부세포에 줄기세포의 성질을 부여하는 유전자 OCT4와 운동신경 세포성질을 부여하는 유전자 LHX3을 단계적으로 주입해 자가(autologous) 운동신경세포를 얻었다.
연구팀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능세포단계를 거치지 않는 직접교차분화방식과 자가세포를 통해 암 발생 가능성과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했다.
또한 환자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세포가 필요한데, 유전자 도입을 통해 자가증식(self-renewal) 능력을 보유한 중간세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업화 가능성을 높였다.
연구팀은 제작된 세포를 척수손상 실험쥐에 주입한 후, 상실된 운동기능이 회복되는 것과 손상된 척수조직 내에서 신경이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 번 손상을 입으면 회복이 어려운 '척수'를 피부세포에서 얻은 운동신경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
현재 척수손상 치료제는 약물 및 수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효과 대비 부작용이 크거나 침습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니즈가 크다.
김 교수는 "제작된 운동신경세포를 세포가 잘 생착될 수 있도록 돕는 척수손상치료제와 결합할 경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척수 손상은 산업 재해에 의한 발병률이 높아 울산에 건립 예정인 산재전문 공공병원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파인세라퓨틱스는 김정범 교수가 2017년 창업한 바이오벤처로 컴퍼니빌더인 뉴플라이트를 통해 지난해 20억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슈파인세라퓨틱스는 젤 도포를 통해 비침습적으로 척수를 치료하는 '슈파인젤'을 개발했다. 슈파인젤은 척수보다 낮은 강도로 제작돼 접촉 시 부작용이 없으며 신경세포 사멸을 방지하는 동시에 신경재생 유도 환경을 조성하는 특징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