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은 지난 11일(현지시간)에 개최된 제39회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 Morgan 39th Annual Healthcare Conference)에서 구글 퀀텀 AI(Google Quantum AI)와의 3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베링거인겔하임은 구글의 최첨단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여 분자의 동역학(molecular dynamics) 시뮬레이션을 통한 질병 관련 분자 메커니즘 규명에 집중할 계획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CADD(Computer Aided Drug Design, 컴퓨터 기반 신약 디자인) 전문가들은 구글의 양자 컴퓨터 및 알고리즘 리소스를 통해 in silico 상에서 고분자 및 저분자 약물, 효소, 세포 그리고 단백질 등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움직여 고정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분자간의 상호작용 모델링을 연구할 계획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구글과의 파트너십 연구를 이끌 양자 연구실(Quantum Lab)을 신설했으며, 학계와 업계의 양자 컴퓨팅 전문가들을 회사의 연구소로 영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할 직원들은 대부분 베링거인겔하임의 혁신 부서(Innovation Unit)와 IT 지원부서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구체적인 투자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은 “양자 컴퓨팅의 모든 잠재력을 시험하기 위해 향후 몇년간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컴퓨터의 계산은 1과 0으로 이루어진 이진법 체계를 사용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얽힘(entanglement)과 중첩(superposition)이라는 양자 물리학적 상태를 활용하기 때문에 1과 0외에도 두 데이터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가 포함된다. 이러한 양자적 데이터를 ‘큐비트(qubit)’라고 하며, 양자컴퓨터는 적은 큐비트 만으로도 기존의 컴퓨터보다 많은 연산을 단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알고리즘의 구조적 측면에서, 일반 컴퓨팅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의 필수과정인 ‘질환 메커니즘과 관련된 분자의 시뮬레이션’ 같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양자 컴퓨팅은 정확한 시뮬레이션과 현재의 기술 수준보다 더 큰 분자를 대상으로 비교 분석을 진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언 바브쉬(Ryan Babbush) 구글의 양자 알고리즘(Quantum Algorithm) 책임자는 “분자 시스템에 대한 고도로 정확한 모델링 구성에 양자 컴퓨팅 기술이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으며, 다른 응용분야로 확장될 잠재성이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링거인겔하임은 머신러닝, 데이터 사이언스, 디지털 기반 바이오 마커 및 치료제 등 광범위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베링거인겔하임은 AI기반의 약물발굴 플랫폼을 위해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지난 9월 클릭테라퓨틱스(Click Therapeutics)와 조현병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해 5억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