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암진단 개발 바이오텍 엑소퍼트(Exopert)가 혈액 내 엑소좀(exosome)을 분광학적으로 분석해 위암, 폐암, 췌장암 등 6개 암종을 한번에 진단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놨다.
엑소퍼트는 표면증강라만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SERS)을 통해 혈액으로부터 분리한 엑소좀의 분자구조 패턴 데이터를 분석했다. 엑소퍼트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다양한 암종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엑소좀 분자구조 패턴을 식별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AI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하지 않은 520명의 정상인 및 암환자의 엑소좀 데이터를 분석해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 등 6개 암종의 유무를 97%(AUC)의 정확도로 식별했다. 진단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90.2%, 94.4%였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최연호 고려대 교수와 김현구 고려대의대 교수는 엑소퍼트의 공동창업자로, 최 교수가 엑소퍼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12일 엑소퍼트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7.7)’에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엑소퍼트는 암세포로부터 분비되는 혈액 내 엑소좀에 주목했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유래되는 50~200nm 크기의 세포외소포체(EV) 일종으로 단백질, 지질, 핵산 등 다양한 생체활성물질들을 가지고 있으며 세포간 정보교환을 위한 전달체 역할을 한다. 특히 암세포 유래 엑소좀은 종양세포의 분자정보를 보유한 상태로 혈액 내를 순환해 바이오마커로 연구되고 있다.
연구팀은 표면증강라만분광법(SERS)을 이용해 암세포 유래 엑소좀이 보유한 단백질의 고유한 분자구조 패턴(signal)을 분석했다. 라만분광법은 단백질에 강력한 레이저를 조사해 단백질 고유의 분자구조 패턴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SERS는 금나노입자에 엑소좀을 부착시켜 이를 증폭시켰다. 엑소퍼트는 SERS를 이용해 분석한 대량의 결과를 AI를 이용한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암세포 유무와 어떤 조직으로부터 기원한 종양인지 식별했다.
엑소퍼트는 정상인(healthy control) 210명, 암환자 543명으로부터 얻은 혈액샘플 중 정상인 50명, 암환자 183명의 샘플을 이용해 SERS로 분석하고, 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후 개발에 사용하지 않은 정상인 160명, 암환자 360명 등 총 520명의 샘플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암환자들은 폐암(100명), 유방암(70명), 대장암(70명), 간암, 췌장암, 위암 각각 40명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샘플에서 암 유무는 97%(AUC)의 정확도로 분석했으며,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89.4%, 96.3%을 보였다. 개별 암종에 대한 민감도와 특이도는 폐암에서 각각 83%과 91.9%, 유방암에서 각각 95.7%와 94.4%, 대장암에서 각각 91.4%와 97.5%, 간암에서 각각 95%와 97.5%, 췌장암에서 각각 100%와 96.9%, 위암에서 각각 100%와 98.1%로 나타났다. 암종의 종류(tissue of origin, TOO)는 87.6%~98%(AUC)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엑소퍼트는 암 유무와 암종 분석을 결합한 암진단 의사결정(decision system) 모델을 통해 민감도 90.2%, 특이도 94.4%의 결과를 얻었다. 특히 2기 이하 조기 암에 대해서 민감도 88.1%를 보였으며 암종의 정확도는 76%로 나타났다.
최연호 고려대 교수이자 엑소퍼트 대표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다중암 조기발견(multi-cancer early detection, MCED)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기 암환자를 신속하게 치료단계로 유도해 사망률 뿐 아니라 암관리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구 고려대구로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액에서 분리한 엑소좀을 분석해 다양한 암종 및 조기 암을 높은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며 "고비용의 방사선 영상진단과 비교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조기 암 진단을 통한 최적의 치료로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엑소퍼트는 올해말 폐암 진단용 AI 소프트웨어의 국내 임상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다중암 진단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