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서양인과는 다른 한국인만의 독특한 유전체 서열을 해독한 '표준 유전체'가 완성됐다. 기술적 한계로 확인이 어려웠던 DNA 대부분을 해독해 현존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표준 유전체라는 설명이다.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아인 체질에 맞는 신약개발 등 정밀의학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국내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은 이런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생물정보센터에서 확립한 인간 표준 유전체 GRCh38(Genome Reference Consortium human build 38)은 주로 백인과 흑인 일부의 유전체를 반영한 것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이 가지는 특이적인 유전자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아시아인이 가지고 있는 특이적인 유전자 정보가 반영돼 있지 않아 질병연구 또는 신약개발 시 이러한 유전적 특이성을 고려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서울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는 아시아 표준 유전체 확립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지난 2009년 한국인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GRCh38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한 190개의 DNA 영역(DNA region)을 공백 상태로 남겨 두고 있어서 표준 유전체로서의 활용도에 한계가 있었다.
서울의대-마크로젠 공동연구팀은 염기 서열을 늘려 정확히 읽어내는 최신 서열분석 기술인 롱리드 시퀀싱을 이용해 미지의 DNA 해독에 성공했다. 유전체 정보 190개 중 절반이 넘는 105개 완전히 해독했으며 남은 공백 85곳 중 72곳은 일부를 읽어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는 기존 표준 유전체와 비교해서 약 1만 8000개의 구간에서 현격한 구조적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770만 개의 염기에 해당하는 1만개 이상의 전혀 새로운 삽입형(insertion) 구조 변이를 발견해 인종 간의 차이가 상당함을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독자적으로 수립한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최대 6500만 염기 이상 떨어져 있는 유전적 변이 간의 관계까지 규명하는 것은 물론 그 정확도 역시 97%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약물 대사 속도를 결정하는 CYP2D6 유전자의 유형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따라서 향후 각 개인의 약물 대사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약물 과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네이처는 이번 연구 성과와 관련해 "한국인 표준 유전체는 현존하는 유전체 중에 가장 완벽한(most contiguous) 표준 유전체이며 동시에 인종 특이적인 최초의 표준 유전체"라고 호평했다.
서정선 소장은 "이번 고정밀도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의 완성으로 아시아 정밀의학 계획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을 확보했다"면서 "향후 45억 아시아인을 위한 정밀의료를 선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