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개인적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던 때가 생각난다. 임대차보증금과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을 마련하느라 고용변호사 시절 저축해 두었던 돈을 찾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사무실 집기를 들여놓고, 컴퓨터도 설치하고 같이 일할 직원도 면접을 거쳐 뽑았다. 새로운 사무실에 출근하는 첫 날 두려움보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세상 돈을 다 벌 것 같았다.
몇 달 후.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의견서는 물론 재판 출석과 저녁 모임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별로 없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 때 다시 깨달았다. 의대 다니던 시절에는 ‘의사와 의사 아닌 사람’으로 나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첫 번째. 개업변호사가 되니 ‘월급 주는 사람과 월급 받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이 두 번째.
아무리 일이 없어도 직원 월급은 주어야 한다. 집에 생활비를 못 줘도 직원 월급은 주어야 한다. 그것이 법이기 때문이다. 직원이 1~2명일 때에도 쉽지 않았는데 10명을 넘어가고 20여명에 이르자 매월 급여일이 두려워진다. 월급이 많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없다. 그들에게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이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월급 주는 사람은 그 외에도 4대 보험으로 내야 할 돈이 상당히 많고, 사람에 들어가는 기타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통장에 들어오는 돈 외 최소한의 복지를 위해 사용자인 ‘월급 주는 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편법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기본급이 4대 보험료의 기준이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줄이고 부정기적이고 실비변상 성격으로 지급되는 돈을 늘리는 방법은 고전적 수법이다. 이러려고 노동관계법률을 배웠나 하는 ‘자괴감’도 들지만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을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다른 회사들도 다 이런 방법을 쓰며, 심지어 정부도 활용한다고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로자에게 직접 주는 돈 외에 자신과는 무관하게 내야 하는 4대 보험료 및 기타 비용은 생색도 나지 않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도 없는 불필요한 비용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각종 인턴제, 단기계약직, 파견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고용 및 해고에 유연성을 가지고 싶은 생각도 마음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스타트업 창업자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부족한 자금을 이런 티 안 나는 곳에 쓰고 싶지 않다. 어떻게 투자받은 돈인데 세금같이 느껴지는 곳에, 아무런 이득도 없는 곳에 쓴단 말인가. 이 돈이면 실험기구를 더 살 수 있고, 이 돈이면 연구개발비에 보탤 수 있고, 이 돈으로 사무실 공간도 더 확보하고 싶다.
하지만 모 회사의 CF 문구를 기억하라. ‘사람이 미래다’ 특히 스타트업과 같은 창업 초기 단계의 인력이란 그 회사의 발전에 있어 필요한 주춧돌과 같은 존재들임을 잊지 말자. 조금 아끼려다 직원과 불화가 생기고, 고용노동청에 불려가고, 검찰고발도 당할 수 있다.
내부고발이 생기고, 회사가 쪼개지고 하는 문제들은 장비가, 언론이, 데이터가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거의 동업자와 같은 초기 멤버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한다. 배신하는 사람보다 배신하지 않는 사람이 절대적 다수이니 부디 소탐대실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