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권 엘케이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진 아이디어에 투자할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물보다 진한 것이 피’라 부모나 형제자매들로부터 초기 자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통계에 의하면 19.9%가 본인 자금, 각종 보증기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17.2%이며, 가족 및 지인을 통한 조달도 10.3%에 이른다. 순수자기자본금액을 살펴보면 3,000만원 이하가 46.1%이고 1억원 이상(10억원 이상 포함)은 17.6%에 불과하다. 즉 10명 중 1명 정도가 가족 및 지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다.
각종 보증기금이나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 경우 창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을’로서 ‘갑’이 제시하는 계약서에 포함된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그러나 가족이나 지인에 이르면 달라진다. 그냥 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돈을 빌리는 형식으로 하고 싶기도 하며, 일부 지분을 주고 스타트업의 투자자로 운명을 같이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부모의 돈도 남의 돈이며 친구의 돈도 남의 돈이다. 조금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반영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사람은 이후 중요한 협상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 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더라도 더 투명하고 적정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잘못하면 사람도 잃기 때문이다. 택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개 있다.
첫째, 증여를 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증여세의 문제가 발생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반적인 증여세가 적용되지 않고 창업자금에 있어서는 특례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여유가 있는 부모의 경우에는 창업자금으로 증여의 방법을 택할 경우 증여세 부분에 있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
둘째, 소비대차를 택하는 것이다. 돈을 빌리는 형식이다. 이 경우에는 이자와 변제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위 공무원 청문회에서 본 것처럼 이자가 없고 변제기도 없는 소비대차의 경우에는 사실상 증여에 해당될 소지가 높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소비대차도 법에서 정한 계약의 일종이므로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에서는 공증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재판 없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으나 공증비가 들며, 실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필요성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셋째, 투자계약을 하는 방법이다. 투자계약에서는 수익률, 지분 등 각종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지인이라고, 관계된 금액이 크지 않다고 소홀해서는 안 된다.
어설픈 ‘정(情)’은 초코파이로 충분하고, ‘우리가 남이다’는 점도 잊지 말자. 매사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철저히 문서화하고, 이를 보관하는 습관이야말로 창업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