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샌디에이고(미국)=김성민 기자
“긴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네요. 20여개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링이 예약 돼 있습니다. 리제네론의 PD-1 겨냥 면역관문억제제 REGN2810과 임상연구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이란 나라에 임상 3상 단계의 항암바이러스가 있다’는 점이 이목을 집중케 한 것 같습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의 '2017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전시장에서 기자를 만나 처음으로 꺼낸 얘기다. 파트너링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어 잠시 여유를 낸 점심시간이었다. 21일은 도전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쉴 틈 없이 약속이 잡혀 있다고 했다.
지난해 바이오 행사에 참가했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냐는 물음에 문 대표는 “작년만 해도 다국적 제약사에 먼저 미팅을 요청해도 약속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파이프라인에 항암바이러스 하나는 갖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애기했다. 면역관문억제제를 시판하거나, 혹은 리제네론과 같은 면역관문억제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에서 병용투여를 제의하고 있다는 것.
항암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투여 임상이다. 옵디보, 키트루다, 여보이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와 항암효능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을 찾고 있는 것. 암젠은 2015년에 시판한 항암바이러스 티백(T-VEC)을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할 경우 일정 기간 내 종양이 감소하는 환자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과 종양이 소실되는 완전관해률(CR, complete response)가 2배로 증가한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해 항암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질렀다.
문 대표는 “면역관문억제제를 보유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항암효과가 극대화되는 조합을 찾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라젠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병용투여를 진행하기 위해 1년에 1억원이 넘는 면역관문억제제를 구입해 임상을 진행해야 되는 상황에서, 협력을 통해 약물을 지원 받는 것은 굉장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임상비용 절감 효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은 개발경험이 많은 빅파마와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는 것. 그는 “풍부한 신약개발을 한 전문가에게 펙사벡이라는 약이 가진 가능성을 평가받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데이터를 충분히 검증한 후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임상 프로토콜도 상호합의하에 마련한다"고 말했다. 약물 효능만 입증된다면 유사한 계열의 항암제를 가진 회사와 콜라보레이션의 가능성도 열린다.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진 차별성은 무엇일까. 문 대표는 “펙사벡은 현재 20개 국가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임상속도가 빠르다”며 “현재 약 130명의 환자가 임상등록을 한 상태로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2018년이 신라젠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신라젠이 주도적으로 진행 중인 임상결과를 포함해 유럽지역의 개발 판권을 산 트랜스진(Transgene)의 탑 라인(top line) 임상결과 등 여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다만 “바이오 행사에 참가한다고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잠재적 파트너 회사를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여러 개 제약사와 미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면서 얻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의 부스를 바라보며 “신라젠도 큰 부스를 설치해 스폰서십을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다음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