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쿠바가 생명공학 강국이라는 사실이 생소한 우리에게는 수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세계 의료의 첨단인 미국의 국민들이 치료 백신을 맞기 위해 쿠바로 건너간다는 사실이 어불성설로 들릴 것이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 단절정책 탓에 의약품을 포함,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기 때문에 생명공학과 신약 개발 연구에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다.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폐암 백신 치료제 'CIMAvax-EGF'는 쿠바가 25년간의 연구를 통해 일군 결과물이다.
폐암은 암세포의 양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눌 수 있는데 80% 가량의 환자가 비소세포폐암에 해당한다. 비소세포폐암은 1,2,3,4기로 구분 지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3기와 4기환자는 수술이 불가능하며 치료가 어려워 항암화학요법과 기타 치료를 통해 생명을 연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폐는 통증이 없는 기관이라 환자의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려운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폐암 환자들은 4기에 이르러서야 진단을 받게 된다.
쿠바의 분자 면역학 센터(Center of Molecular Immunology) 연구팀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진단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CIMAvax-EGF'를 개발했다.
CIMAvax는 인간 재조합 상피세포증식인자(Epidermal Growth Factor; EGF) 와 p64 단백질을 결합, 체내에 주입함으로써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기전을 가진 항암 백신이다.
EGF는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EGFR)를 가진 종양세포에 결합해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며 성장을 활성화 시키는 물질이다. 따라서 이 결합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면 종양의 성장이 더뎌질 것을 예측할 수 있다.
CIMAvax를 통해 체내 내성이 없는 재조합 EGF를 넣어주면 면역 시스템이 이를 인식, 항체를 생산하게 되고 생산된 항체가 EGF에 달라붙으면 EGF 수용체와 결합이 이뤄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백신에 첨가되는 뇌수막염 B. 박테리아의 면역 단백질 p64와 면역 보조제(Adjuvant)는 환자 체내에서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하게 된다.
이 백신은 EGF-EGFR 결합을 방해해 암 세포 성장 신호체계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과 분화, 혈관생성을 억제하는 동시에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 직접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낮다는 설명이다.
CIMAvax-EGF는 쿠바에서 2011년부터 상용화가 이뤄졌으며, 40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처방됐다. 백신을 적용한 환자들은 대조군 생존기간 9.3개월 대비 3개월 증가한 12.4개월을 생존한 것을 확인했다.
현재 중국과 유럽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항암화학치료 이후 첫번째 선택 치료제로 적합한지 검증하는 임상을 진행한다. 미국에서는 로즈웰 파크 암 연구소(Rosewell park cancer institute)랑 공동으로 임상 1/2상을 신청하고 지난 1월부터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쿠바 바이오 제약산업의 해외진출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쿠바파르마의 루이스 에레라 마르티네스 기술고문은 오는 9월 12일 개최하는 '한-쿠바 바이오파마 기술교류 세미나'를 통해 CIMAvax-EGF의 한국 진출과 GMP 시설 제공 등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쿠바 바이오파마 기술교류 세미나]
• 일시: 2017년 9월 12일(화) 14시
• 장소: 서울 양재 엘타워 골드홀(지하1층)
• 주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바이오스펙테이터
• 후원: 싸토리우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