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 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및 관리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 시장에서도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S&T market report에 따르면 체외진단기기 시장 규모는 약 522억 달러(2014년 기준)로 2007년 이후 연평균 8.24%(CAGR 2007년~2019년)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태동단계에 진입하여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시장경쟁도 치열하고 기술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체외진단기기(In Vitro Diagnostics, IVD)는 질병 진단과 예후 판정, 건강상태의 평가, 질병의 치료 효과 판정, 예방 등의 목적으로 인체로부터 채취한 검체를 이용한 검사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로서 사용되는 시약을 포함한다. 검사대상은 혈액, 객담, 타액, 소변, 대변, 세포 등이며 이를 이용하여 내분비질환, 암, 감염성질환, 면역질환, 심장질환, 전해질, 마약, 소변, 임신, 당뇨 등의 항목을 검사하게 된다.
기존의 체외진단은 면역-화학적 방법을 통해 병원이나 임상 실험실(clinical laboratory)에서 대형 분석 장비를 활용하여 진행하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형 병원이 많고 병원간의 이동거리가 짧은 경우는 대규모 시설 투자와 집중화 전략을 통해 진단 비용을 낮추는 것이 시장의 주요 경쟁 요소라 할 수 있다. 현재 이같은 대규모 임상 실험실은 국내에서 약 10개 이상의 기업이 활발한 영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만성 질환 진단과 건강 검진용과 같이 현장진단이 필요없는 분야의 경우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이 이루어지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시장은 대부분 자동화된 고가의 분석 장비로 이루어져 있어 초기 기업에게는 크게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었다.
현재 체외진단 시장은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과거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커나가고 있다. 즉 기존 치료중심의 의료 환경이 질병의 조기진단, 예방 및 관리의 개념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따라 체외진단기기 중에서도 현장진단기기(POC Point of Care)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현장진단 시장은 자동화 기기의 출현과 검출기술 및 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특히 다중검출(multiplex)이 가능한 검출기기에 대한 수요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당뇨의 경우는 전체 시장에서 현장진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며, 임신진단의 경우도 조기진단용 현장진단 시장이 전체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현장진단이 필요한 내분비질환, 암, 감염성질환, 면역질환 등의 시장은 현장 진단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medical unmet needs가 크며 높은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게 한다. 예를 들면 1999년 미국의 Biosite 는 혈액내의 세가지 단백질 농도를 빠르게 측정함으로써 응급환자의 심장마비 여부를 쉽게 판정할 수 있는 Triage Cardiac System을 개발함으로써 기존 심장질환의 진단 방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높은 수익을 달성한 사례가 있다.
체외진단기기는 진단의 대상에 따라 면역-화학진단기기와 분자진단 기기로 나눌 수 있는데 면역-화학진단기기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특정 단백질의 유무를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측정하는 것이며 분자진단은 질병의 원인인 특정 유전자(DNA)를 찾는 것이다. 면역-화학진단은 우리가 찾는 단백질의 농도가 높지 않으면 검사 결과가 잘 나오질 않는 단점이 있고 정확도를 올리기 위한 단백질 증폭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면역-화학진단 장비는 낮은 농도의 단백질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증폭하기 위한 레이저 발생 장치 및 다수의 광학장치가 필요하여 가격이 비싸지고 결정적으로 매우 크기가 커 실험실에서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면역-화학진단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비슷한 측정 민감도를 보이며 크기가 작고 값이 싼 제품을 만들어 실험실이 아닌 진료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현장진단이라고 말한다.
결국 면역-화학진단 기기의 투자 방향은 “진단의 민감도를 올린 소형기기 개발을 통한 현장진단”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들어 신소재를 활용하여 진단의 민감도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며 기존 면역-화학 진단 방법에 비해 1만배 이상 민감도가 증대된 제품도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소재를 이용한 면역-화학진단 기기의 경우 투자의 판단 기준은 △민감도는 얼마나 높은가? △정확도는 만족스러운가? △측정장비는 싸게 만들 수 있는가? △현장진단이 가능한가? 등의 정량적인 판단 기준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기준은 medical unmet needs에 기반한 목표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패혈증을 예로 들어보자, 패혈증은 다양한 원인 미생물에 의해 발생하지만 아직 패혈증에 특이적인 진단법은 없다. 따라서 환자의 체온, 맥박수, 호흡수, 혈압, 혈액 검사상의 백혈구 수치 등을 종합하여 진단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며 많은 환자들이 이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현재 원인 미생물에 대한 검사는 배양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배양에 시간이 많이 걸려 기본적으로는 고단위 항생제 처방 이후 원인 미생물 정보를 알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접근방식은 크게 세가지 이다. 먼저 미생물 배양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진단 시간을 줄이고 환자의 위험성을 줄이는 방안이다. 자동화된 기기 및 배양방법 개발이 주요한 기술내용이다. 두번째는 미생물의 특징적인 단백질을 유무를 측정하는 면역-화학 진단을 통해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이나 조기 진단을 위한 민감도 향상이 필요하며 응급실에서 사용하기 위한 현장진단기기 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세번째는 뒤에서 언급할 분자진단으로 유전자 증폭을 통해 감염 미생물을 동정하는 방법이다.
면역-화학진단기기가 민감도를 높여 현장성을 구현하는 것이 개발의 목표라고 한다면 분자진단 기기는 민감도는 충분히 높기 때문에 진단시간을 단축하고 현장성을 구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라 할 수 있다. 분자진단은 질병의 원인인 특정 유전자를 찾는 것이며 DNA는 단백질에 비해 비교적 쉽게 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PCR은 유전자 증폭을 위해 50~90℃ 사이의 온도 변화가 필요하며 이를 수행하려면 많은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현장진단기기로써 분자진단을 사용하려면 유전자 증폭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현장사용의 어려움이라는 단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체외진단기기의 사업성은 앞에서 열거한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질 때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면역-화학진단기기의 소형화와 민감도 향상방안, 분자진단기기의 현장성을 확보할 방안이 있으면 일단 사업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체외진단 사업은 진단기기, 시약, 새로운 컨텐츠(바이오마커), 소모품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의미하는 사업으로 진단기기 개발뿐만 아니라 시약 및 바이오마커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므로 기계, 전자, 생물 전공자들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한 최근 각광받는 4차산업 관련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의약품, 의료기기 시장과 마찬가지로 체외진단기기 시장도 사업의 성패의 척도는 보유기술의 난이도와 혁신성 보다는 올바른 목표시장 선정과 시장에 적합한 가격 및 성능을 가진 제품을 적기에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투자한 G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G사는 면역-화학진단 방법을 활용한 지카바이러스 등의 모기유래 질병 진단용 현장진단기기을 만드는 회사로 현재 브라질 등 열대 지역 국가들의 고민인 신규 감염성 질환에 대한 신속진단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회사는 브라질 제약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빠르게 시장 수요를 파악하고 브라질 정부로부터 감염환자 혈액을 제공 받음으로써 경쟁사 보다 빠르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으며 현재 브라질 정부에 독점적으로 진단기기를 납품하는 기업으로 매출 및 수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면역-화학진단과 분자진단 외에 체외진단기기 산업의 중요한 분야인 혈당측정 분야는 현재 혈중 포도당 농도를 가정이나 병원에서 현장기기를 이용하여 측정하고 있지만 혈당검사는 환자의 식사/운동/휴식 여부에 따라 혈당 값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혈당 이외의 지표인 당화혈색소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당화혈색소는 3개월 간의 평균 혈당 값을 나타내어 저혈당, 응급상황, 빈혈/신부전증 등의 경우는 환자의 혈당 값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당화알부민(GA : Glycated Albumin) 등 다른 당뇨 마커를 함께 측정하고자 하는 수요가 대두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당화알부민 측정용 POC 장비는 없는 상태이므로 당화알부민 측정 진단기기의 소형화를 통해 혈당 측정기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분자진단 분야는 유전자를 일정한 온도에서 증폭하는 LAMP(Loop mediated isothermal amplification)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현장성이 떨어지는 PCR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분자진단의 현장성을 높인 기업이 단기간 내에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으며 다양한 검사 항목 개발을 통해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진단사업은 원천 기술을 활용하여 하나의 killer application을 개발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체외진단기기 시장을 목표로 새로운 biomarker를 개발하거나 민감도, 다중검출, 현장성을 구현하는 신규 기업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