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다케다제약과 동아에스티가 새로운 고혈압치료제를 선보인다.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계열의 고혈압치료제 ‘이달비’를 이달부터 공동판매키로 했다. 양사는 임상시험에서 검증된 경쟁약물 대비 우수한 효과를 무기로 시장 공략을 자신한다.
같은 계열의 경쟁약물이 이미 20년 전에 등장했고 수백개의 제네릭이 등장한 국내 의약품 시장 여건은 새로운 약물에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고혈압 처방 패턴이 단일제에서 복합제로 이동 중이라는 환경도 어렵다. 다만 아직까지 ARB 계열 단일제의 수요가 많아 상업적 성공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다케다제약은 이달부터 새로운 고혈압치료제 ‘이달비’(성분명 아질사르탄)를 발매했다. 동아에스티와 공동으로 판매하는 이달비는 ARB계열 고혈압치료제로 안지오텐신II 수용체를 차단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호르몬인 안지오텐신II를 억제해서 혈압을 낮추는 약물이다.
이달비는 기존에 판매 중인 ARB계열 고혈압약 ‘아타칸’(성분명 칸데사르탄)의 업그레이드 약물이다. 아타칸의 원개발사인 다케다제약에서 칸데사르탄의 화학구조를 변경해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이달비를 개발했다. 이달비는 지난 2011년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받은지 6년 만에 국내에 발매됐다.
다케다와 동아에스티는 이달비가 임상시험에서 검증된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달비는 올메사르탄, 발사르탄과의 비교 임상을 통해 24시간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했다. 올메사르탄, 발사르탄의 최대 용량을 투여해도 이달비가 더 높은 혈압강하 효과와 지속성을 나타냈다.
업계에서 이달비의 국내 시장 출사표를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시장 경쟁구도가 매우 치열하다. 이미 국내에는 지난 1997년 MSD의 코자(성분명 로사르탄)을 시작으로 ‘에프로사르탄’, ‘발사르탄’, ‘칸데사르탄’, ‘올메사르탄’, ‘텔미사르탄’, ‘이르베사르탄, ‘피마사르탄’ 등 8개 성분의 ARB계열 약물이 등장한 상태다, 코자와 비교하면 동일 계열 약물보다 무려 20년 늦게 시장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이 중 에프로사르탄과 피마사르탄을 제외한 6개 성분은 이미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제품들이 발매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특허가 만료된 ARB계열 약물들은 많게는 100개 이상의 제네릭 제품이 출시됐다.
발사르탄의 경우 40mg(8개), 80mg(67개), 160mg(56개), 320mg(5개) 등 4개 용량에서 136개 품목이 등재됐다. 로사르탄은 50mg 92개와 100mg 32개 등 126개의 제네릭이 판매 중이다. 칸데사르탄(2개 용량 36개), 올메사르탄(3개 용량 123개), 텔미사르탄(2개 용량 71개) 등도 제네릭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혈압치료제의 처방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다케다와 동아에스티는 기존에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들 대상으로 이달비를 대체하는 전략을 펼칠 공산이 크다.
이달비의 3개 용량(20mg, 40mg, 80mg)이 기존에 출시된 ARB계열 단일제 527개와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우수한 효과를 앞세웠지만 527개 제품에 이은 후발주자라는 점은 시장 경쟁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난관이다.
더욱이 국내 고혈압치료제의 처방 패턴은 단일제에서 두 개 이상의 약물이 결합한 복합제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추세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코아제타의 처방데이터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ARB계열과 칼슘길항제(CCB 계열)를 결합한 'ARB+CCB' 복합제가 가장 많은 5048억원어치 처방됐다. 지난해에만 229만2537명의 환자가 1482만건의 진료를 통해 'ARB+CCB' 복합제를 처방받았다. 코아제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 진료·처방 정보를 구매해 분석한다. 실제 건강보험 처방 정보를 반영한 '리얼데이터'다.
'ARB+CCB' 복합제는 주로 '암로디핀' 성분의 CCB 계열 약물과 ‘로사르탄’, ‘발사르탄’, ‘텔미사르탄’, ‘올메사르탄’, ‘피마사르탄’ 등 ARB계열 약물의 결합한 제품이다. 'ARB+CCB' 복합제는 지난 2007년 노바티스의 ‘엑스포지’(발사르탄+암로디핀)이 가장 먼저 국내에 출시됐고 2009년 발매된 한미약품의 간판 복합신약 ‘아모잘탄’(로사르탄+암로디핀)도 유사 조합의 고혈압복합제다.
’ARB+CCB' 복합제의 지난해 처방금액은 3년 전인 2013년(3275억원)보다 54.1% 성장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다. 2013년 ’ARB+CCB' 복합제의 처방금액 규모는 ARB, CCB 단일제에 이어 3위에 불과했지만 2014년부터 3년 동안 22.6%, 9.6%, 14.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독주체제를 갖췄다.
최근에는 ARB계열 약물과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치료제를 섞은 ‘ARB+스타틴'과 ’ARB+CCB'에 이뇨제를 추가한 ’ARB+CCB+HCTZ' 복합제 등 새로운 유형의 복합제 제품들도 점차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추세다.
‘ARB+CCB' 복합제에 이어 이달비와 같은 ARB단일제가 지난해 처방금액 348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ARB단일제는 2013년 3700억원, 2014년 3443억원, 2015년 3370억원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고혈압치료제 단일제 중 ARB계열이 CCB계열을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리고 있지만 복합제에 밀려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은 이달비 입장에선 불안한 요소로 평가된다.
8개 성분의 ARB단일제가 지난해 기준 3484억원 규모의 시장을 나눠가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 성분의 ARB계열 단일제가 구축하는 시장은 크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달비는 후발주자 특성상 보험상한가가 20mg 292원, 40mg 439원, 80mg 658원 등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매출 상승에 불리한 여건이다.
지난해 ARB단일제 성분별 처방금액을 살펴보면 로사르탄이 가장 많은 902억원의 처방금액을 기록했다.
발사르탄(578억원), 칸데사르탄(492억원), 올메사르탄(404억원), 텔미사르탄(344억원), 피마사르탄(33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이달비가 경쟁 ARB계열 단일제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처방 현장에서도 입증하면 적잖은 매출 달성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의 경우 ‘로사르탄’과 비열등성을 입증한 임상자료로 가장 늦은 2011년 시장에 뛰어들었는데도 연간 300억원대 규모의 대형 제품으로 성장했다. 동아에스티의 영업력이 이달비의 조기 안착에 중요한 요소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유석 동아에스티 학술의학실 상무는 최근 열린 이달비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동아에스티가 고혈압약물 6개를 판매 중이지만 이달비가 임상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달비를 우선적으로 집중 판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다케다 관계자는 “이달비는 한국을 포함해 20여개국에 출시됐고 지난해 기준 일본에서 5000억원, 미국에서 2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연간 전 세계적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형성 중이다”면서 이달비의 시장성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