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유전자 변이 측정을 통해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쓰이는 퓨린계 면역조절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았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의 천재희·김원호 교수팀(소화기내과)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면역조절제 사용 여부와 용량을 결정한 연구결과가 소화기질환 국제학술지인 '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게재됐다고 9일 밝혔다.(논문 제목 : Genotype-based Treatment With Thiopurine Reduces Incidence of Myelosuppression in Patients With Inflammatory Bowel Diseases)
증상이 발현됐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염증성 장질환은 꾸준한 면역조절제 투여가 핵심 치료법이다. 하지만 면역조절제는 골수 억제로 백혈구와 중성구 등 혈액 내 세포 감소라는 부작용을 간혹 가져올 수 있다. 환자는 잦은 혈액검사 시행에 따른 불편함과 불안감을 지닌다.
연구팀은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염증성 장질환으로 서울 시내 5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유전자 변이 측정군(72명)과 비측정군(92명)으로 분류하고 면역조절제 사용 이후 골수억제 등 부작용 발생 빈도를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면역조절제 투여 이전에 환자의 유전자형을 분석해 치료계획을 세웠던 그룹에선 12명(16.7%)의 환자가 골수 억제 부작용을 보였다. 유전자형 분석 작업이 없었던 그룹에서는 33명(35.9%)에게서 골수 억제 부작용 증세가 나타났다. 두 비교 그룹은 유의미한 수치 차이(P=0,005)를 보임으로써 유전자형 분석을 통한 면역조절제 투여가 골수 억제 부작용을 예방함에 효과적임을 보였다.
유전자형 분석을 통한 면역조절제 투여는 외래를 방문하는 횟수와 부작용 때문에 약물을 중단하거나 투여 용량을 감소시키는 비율을 낮추는 효과도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관찰 기간 사이에 유전자형 분석그룹은 7.8±3.2회, 유전자형 분석이 없는 그룹은 9.0±3.9회 외래를 방문했다.(p= 0.052)
또한, 연구관찰 기간 사이에 유전자형 분석그룹은 72명 중 11명(15.3%)이 골수 억제 등 부작용 때문에 약물투여가 중단되거나 투여 약물 용량이 감소 됐다. 유전자형 분석이 없는 그룹은 92명 중 31명(33.7%)을 나타냄으로써 유전자형 분석그룹에서의 약물치료 성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함을 보였다.(P=0.007)
천재희 교수는 “퓨린계 면역조절제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이지만, 골수 억제 같은 부작용 때문에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감이 높고 병원을 자주 찾는 불편함도 발생했다"면서 "환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 여부와 용량을 계획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