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진스크립트(Genscript)가 바이오로직스 CDMO(Biologics CDMO)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지 2년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진스크립트는 2002년 설립돼 유전자합성 관련 제품 CRO 사업을 기반으로 2015년 홍콩(HKEX) 상장했다.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12배 넘게 오르면서 4조8000억원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2.9% 증가한 3억9000만달러를 올렸다.
이러한 와중에 2016년부터 론자(Lonza)와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회사들이 중국 CDMO 사업에 진출하고, 중국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항체 신약개발 수요에 따라 우시(WuXi)와 같은 회사가 등장하는 흐름을 발맞춰 진스크립트도 사업 확장에 나서게 된다.
진크스립트는 2019년 기존 CRO 사업에서 확장해, 항체와 유전자·세포 치료제(gene & cell therapy, GCT) 등 2가지 분야가 주축이 된 바이오로직스 CDMO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Genscript Probio)’를 설립했다. 프로바이오라는 이름은 능동적으로 대응하는(proactive), 프로페셔널(professional), 과정 지향적인(process-oriented)라는 3가지 핵심 철학을 담아 지었다. 설립 2년차에 성과가 가시화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는 2020년 344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며, 전년 대비 78.2% 성장세를 보였다.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는 국내 바이오텍과도 인연이 깊다. 2019년 CDMO R&D 센터를 가동하고 첫 글로벌 CDMO 고객사가 IL-2 사이토카인-항체 복합체(cytokine-antibody complexe)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텍 셀릭신(Selexine)이었으며, 국내 선두 이중항체 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ABL Bio)에 회사의 이중항체 SMAB 플랫폼에 대한 라이선스아웃 연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다른 고객사로는 메드팩토(Medpacto)가 있으며, 유틸렉스(Eutilex)와는 CAR-T에 대한 CDMO 계약 등 잇따른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형태의 파트너십뿐만 아니라, 더 초기단계에 있는 항체 발굴 프로그램 대한 협약도 있었다.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는 티움바이오의 미국 자회사 이니티움 테라퓨틱스(Initium Therapeutics)와 버클리라이츠(Berkeley Lights)의 비콘(Beacon) 플랫폼을 기반으로 단일 B세포 기반의 항체를 발굴하는 협력을 체결했다. 섬유증과 면역항암제, 혈우병 치료제를 발굴하기 위한 협력이다. 즉 고객사에 따른 유연한 파트너십 모델이 회사의 장점이다.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가 이처럼 국내 기업과 활발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배경에는 민호성(Brain Min) 대표가 있다. 민 대표는 미국 암젠(Amgen)에 10년의 항체 발굴 경험을 쌓은 후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에 2012년 조인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을 도맡았다. 그리고 2019년 중국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바이오로직스 CDMO 시장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해, 시작과 함께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 대표이사로 합류하게 됐다.
민호성 대표는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난 자리에서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에 조인할 당시 GMP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해 지금의 단계까지 오게됐다. 2년이라는 빠른 시간 안에 어느정도의 기반이 잡혔고, 바이오로직스 CDMO로서 글로벌 시장으로 치고 나갈 역량을 갖췄다”며 “경쟁사와 비교해 매우 초기 항체 프로젝트 발굴 프로젝트부터 CDMO, 자체 이중항체 플랫폼, CAR 리드(lead) 발굴 등을 역량을 갖춰나가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바이오텍에 좋은 조건으로 좋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차별성이다”고 말했다.
또한 진스크립트가 CRO 분야에서 다져놓은 역량도 빠른 성장을 가능케하는 자양분이다. 민 대표는 “다른 CDMO 회사와 비교해 진스크립트는 오랫동안 CRO 비즈니스와 항체 관련 시약 비즈니스로 기반을 다져왔으며, 이미 글로벌 클라이언트를 갖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는 CDMO 프로젝트가 상업화 단계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자체 세포주인 CHOK1-GenS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12년 이상 동물세포주 개발 역량을 갖춘 유럽 ECACC에서 상업화 권리를 라이선스인한 것이다.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는 CHOK1-GenS 세포주를 바탕으로 300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30개 이상의 CMC와 CMO 프로젝트에 사용했다. 이 가운데 5개는 임상을 위한 IND를 받았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민 대표는 “초기에는 발굴 프로젝트가 주를 이뤘지만 지난해 CMC와 IND(임상시험계획) 과제도 들어오고 있으며, 이러한 개발단계에 가까운 과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현재 고객사는 중국 50%, 미국 25%, 아시아태평양 지역(Asia-pacific) 15%, 유럽 등으로 구성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를 대표하는 또다른 키워드는 유전자·세포 치료제다. 항체와 비교해 아직까지 유전자·세포 치료제 프로젝트가 전체 CDMO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오히려 매출액 성장세는 가파르다. 이 분야의 2020년 매출액은 620만달러로 전년대비 148.0% 증가했고, 비임상 건수도 14건→29건, CMC는 7→14건, 임상은 0→1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한 진스크립트는 유전자·세포 치료제에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2014년 진스크립트 자회사로 시작된 CAR-T 회사 레전드 바이오텍(Legend Biotech)은 중국의 대표적인 CAR-T 회사로 꼽힌다. 레전드는 ‘best-in-class’ 가능성을 보여준 BCMA CAR-T ‘실타셀(cilta-cel)’로 지난 2017년 J&J와 계약금만 3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실타셀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시판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대감에 힘입어 pre-IPO와 나스닥 IPO로 6억5000만달러 이상을 유치했다.
민 대표는 “내부적으로 유전자치료제 전문가가 있으며, 플라스미드와 바이러스를 생산할 수 있는 CDMO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항체는 안정적이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면,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리스크가 있는 분야다. 이에 자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포커스해 전문성을 쌓아가는가가 중요하며, 미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 분야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진스크립트 프로바이오의 비전은 뭘까? 이러한 질문에 민 대표는 “항체 분야에서 이중항체와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을 비롯한 차세대 항체와 같이 고객사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혁신(innovation)을 추구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에서 우시에 이은 탑 CDMO, 그리고 글로벌 CDMO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라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