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신약개발이 임상 과정에서 과학적 혹은 상업적 판단에 따라 중단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미약품의 프로젝트 하나에 기댈만큼 국내 신약개발 역량이 허약하지도 않습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한미약품 폐암신약 '올무티닙' 개발 중단 여파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큰 파도로 덮쳤다. 당장 국내 신약개발 환경과 역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요동치고 투자를 기다리는 기업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은 이번 사태는 신약 개발이라는 장기레이스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냉정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신약개발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와 시장의 과도한 기대, 여기에 기댄 정부, 기업, 언론 등 모두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한 상장사 대표는 4일 이번 사태와 관련 "신약개발 중단은 선진국에서는 굉장히 비일비재한 일이기 때문에 시장도 기업도 충분히 훈련이 돼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이만큼 큰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고 중간에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이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은 항상 리스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함과 동시에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발 중단된 프로젝트를 대체할 프로그램이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면서 "한미약품의 경우 여전히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코넥스 상장사 부사장도 "신약 개발은 5~6개의 포트폴리오 중 1개만 성공해도 대박"이라면서 "신약 개발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와 이를 애써 무시한 환경이 결국 한미약품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낳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베링거인겔하임의 임상 중단 배경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약 임상 과정은 초기에는 과학적 효능과 안전성, 후기에는 사업적 가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이번 결정에는 이 두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임상 과정에서 발견된 독성 뿐 아니라 티그리소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모두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우려하는 것은 자칫 이번 사태로 국내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잦아들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유상증자나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은 현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코넥스 상장대표는 "당분간은 펀딩이나 상장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사태로 인해 국내 신약개발 역량의 훼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북권의 한 약대 교수는 "이번 한미약품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로 인해 대한민국 신약개발 환경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고 그만큼 체질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국내 시장, 기업, 언론 모두 반성하게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신약 개발의 양면을 바라보지 않고 성공에만 기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임상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보고하도록 한 미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공정한 보고시스템이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코넥스 상장 대표는 "어떤 이유에서든 좋은 면을 부각시키면 반드시 그만큼 나쁜 효과가 일어날때 타격을 입는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미약품 뿐 아니라 국내 시장 기업 언론 모두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