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신창민 기자
금창원 쓰리빌리언(3billion) 대표는 “이제 희귀질환 진단분야에서는 전장유전체분석(WGS), 전장엑솜분석(WES)은 일반적인 검사방식이 되고 있으며 실제 차별점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많은 유전자변이를 정확하고 빠르게 해석할 수 있는 유전변이 해석기술을 갖춰야 한다”며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AI) 해석 기술을 이용해 경쟁사보다 높은 정확도로 희귀질환을 찾아내는 기술을 구축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금 대표는 지난달 25일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쓰리빌리언의 기술 경쟁력과 미국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쓰리빌리언은 지난 2016년 국내 유전체 염기서열분석(sequencing) 선두기업인 마크로젠(Macrogen)에서 분사하며 설립됐으며,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과 AI를 활용한 희귀질환 진단기술 개발을 목표로 출범했다. 현재 마크로젠은 쓰리빌리언의 지분 7.99%를 보유하고 있다.
금 대표는 숭실대 생명정보학과를 졸업한 이후 카이스트(KAIST) 생명정보학 석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 계산생물학 및 생명정보학 박사를 수료했다. 이후 쓰리빌리언 대표를 맡기 전 마크로젠 부서장으로 근무했다. 금 대표 이외에도 회사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이정설 기술총괄이사(CTO), 김세환 개발총괄이사(CDO), 이경열 인공지능총괄이사(CSO) 등 핵심 경영진도 생명정보학을 전공했다.
쓰리빌리언은 지난 2019년 시리즈B로 114억원을 유치했으며, 2021년 시리즈C 140억원, 2022년 pre-IPO로 132억원을 펀딩했다. 회사의 임직원은 80명으로 이 중 절반정도(44명)가 R&D 인력이다.
금 대표는 쓰리빌리언의 진단기술이 가진 정확도에 기술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쓰리빌리언은 환자의 샘플에서 얻은 유전체를 시퀀싱하고 판독해 질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은 5가지 원인변이를 우선순위로(Top-5) 제시해주며 실제 실험적 판독과 비교해 98.1%의 예측정확도를 가지고 있다.
희귀질환 진단서 시퀀싱과 AI의 필요성
금 대표는 기존 희귀질환 진단기술의 한계로 인해 큰 미충족 수요가 있으며, 이를 대변하듯 글로벌에서 유전체시퀀싱 분야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쓰리빌리언이 경쟁사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나스닥 상장사인 진디엑스(GeneDx, 前Sema4)는 전장유전체분석(WGS), 전장엑솜분석(WES) 기반의 희귀질환 진단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해당 진단부문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000만달러로 전년대비 76.5% 성장했다.
쓰리빌리언은 현재 중동, 호주, 멕시코 등 해외 신흥시장을 포함해 60여개 국가에서 희귀질환 진단기술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 22억2000만원 중 7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쓰리빌리언은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53억86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전체 시퀀싱 진단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로 금 대표는 점차 WGS, WES 등이 표준검사로 자리잡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들었다. 금 대표는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WGS 혹은 WES를 통해 알려져 있는 모든 질병을 한번에 검사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방법이 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의학계의 가이드라인 변화와 시퀀싱 검사에 보험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WGS, WES 등 NGS의 가격 자체가 내려간 이유도 있다는 게 금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전에는 마이크로어레이 검사(CMA)나 패널검사가 일반적으로 쓰였는데 이는 NGS로 유전체를 읽어내는 것 자체가 비쌌기 때문이었으나 점차 NGS가 가격이 떨어지면서 보편화되고 있다”며 “2003년도에는 한 사람의 전체 DNA를 읽어내는데 1000억원이 들었으나 10년전에는 1억원, 지금은 50만원 아래까지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유전체 시퀀싱 기술이 아닌 패널검사로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희귀질환은 약 1만가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매년 200~300개의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희귀질환의 80%가량이 유전자변이로 인해 발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유전체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게 된다. 그러나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에서도 수백개 이상의 원인변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패널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금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패널검사는 100개 미만의 유전자를 한번에 검사하는 것이며 예를들어 난청의 경우 870가지의 변이로 인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패널검사는 애초에 희귀질환 진단에 적합하지 않은 검사였다”고 말했다.
또한 유전체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있을 수도 있으며, 유전체 분석으로 찾은 변이들 중에서 실제 질병을 일으키는 변이가 무엇인지 판단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희귀질환 환자가 진단을 받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6년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며 그 안에 8명의 의사를 거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환자는 ‘진단을 위한 여정(diagnostic journey 혹은 odyssey)’을 거친다고도 일컬어진다.
금 대표는 “인간에게는 2만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으며 질병을 일으키는 변이는 10만개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진단을 위해서는 10만개의 유전자변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희귀질환 진단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전자변이를 해석하는 일을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에 AI를 이용한 변이 해석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쓰리빌리언 AI기술 경쟁력
쓰리빌리언은 3가지의 AI 기술을 이용해 희귀질환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시퀀싱 데이터를 해석해 병원성 변이를 해석하는 ‘EVIDENCE’ 기술이다. EVIDENCE는 전체 엑손(exon)의 10만개 변이를 대상으로 한 WES 시퀀싱 데이터를 해석한다. 시퀀싱 데이터를 판독해 10만개 유전자변이 각각에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성 여부를 해석한다. EVIDENCE는 10만개 변이의 병원성 여부를 5분 이내로 해석하며, 실제 분석 데이터와 비교해 99.4%의 정확도를 보인다.
이렇게 EVIDENCE를 통해 유전자변이의 병원성 여부 정보를 도출하게 되면, 자동으로 다음 단계의 기술인 ‘3ASC’가 해당 정보에 기반해 질병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5가지 변이를 98.1%의 정확도로 찾아내게 된다. 또한 현재 병원성을 해석할 근거가 부족한 변이의 경우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기반해 병원성을 예측하게 되는데, 이 때 ‘3Cnet’이라는 기술이 사용된다. 3Cnet은 97.6%의 정확도로 병원성 여부를 예측한다.
최종적으로 쓰리빌리언의 임상팀이 AI가 제공한 병원성 정보를 최종 검수해 질병을 유발한 원인변이와 질병이 기재된 검사결과를 의뢰기관에 전달하게 된다. 쓰리빌리언의 진단검사를 의료진이 받는데까지는 환자의 샘플이 접수된 후를 기준으로 6주정도가 소요된다.
금 대표는 “EVIDENCE를 이용해 99.4%의 정확도로 병원성을 해석할 수 있으며 최종진단에 필요한 원인 유전자변이의 경우 5개의 변이 내에서 98.2%의 정확도로 찾아내게 된다”며 “글로벌에서 봤을 때도 경쟁사들과 비교해 더 우월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쓰리빌리언의 간담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사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모 경쟁사의 Top-5 내 예측 정확도는 95%로 쓰리빌리언의 98.1% 정확도가 조금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쓰리빌리언 美시장 진출 계획
쓰리빌리언은 올해 상장한 이후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 진출을 통해 추가적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지난 2022년 미국 진출에 필요한 클리아랩(CLIA LAB) 인증을 받은 상태이며, 내년에 현지에서 영업을 위한 브랜치(branch, 지점)를 설립할 계획이다.
쓰리빌리언은 미국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데이터, 서비스, 가격 등 3가지 측면에서 위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 대표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우월한 성능과 함께 서비스적인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한 예로 진단에 실패했을 때 재분석이 원래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게 되는 서비스이지만 우리는 재검사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며 기술에 대한 경쟁력 다음으로 서비스를 기반으로도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회사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경쟁사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 대표는 “우리의 엑솜시퀀싱 비용은 90만원 정도이며 현재 미국 경쟁사의 경우 보험청구를 받는 상태에서 2800달러(386만원) 수준의 가격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쓰리빌리언은 지난 1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밴드(4500~6500원) 하단인 4500원으로 확정했다. 최종 수요예측 참여기관은 809개로 경쟁률은 254.6대1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공모금액은 총 144억원, 상장후 시가총액은 1415억원이다. 쓰리빌리언은 5~6일 양일간 일반투자자 청약을 거쳐 이번달 14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