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글로벌 파마들이 항암바이러스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나섰다. 지난 9월말 베링거인겔하임이 바이럴 테라퓨틱스를 인수한 후 이번달 12일엔 화이자가 스타트업인 IGNITE Immunotherapy와 전략적 협력 파트너쉽을 맺으면서 또 한번 차세대 면역치료제인 항암바이러스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런데 이번엔 옵디보를 개발, 면역항암제 분야의 선도주자로 손꼽히는 BMS가 사이옥서스(PsiOxus)가 가진 NG-384 파이프라인을 사들이겠다고 20일 밝힌 것이다. BMS는 계약금으로 5000만 달러를 지불했으며, 향후 연구∙개발 진행단계에 따라 총 9억 달러를 추가 지급한다고 밝혔다.
PsiOxus는 이미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로 지난 6월, 자신들이 개발한 항암바이러스를 BMS의 옵디보와 병용투여하는 임상1상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BMS가 아예 인수에 나선 파이프라인은 PsiOxus가 새롭게 주력하는 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BMS는 NG-384의 어떤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일까?
PsiOxus가 가진 핵심 경쟁력은 'T-SIGn(tumor-specific immuno-gene therapy)'라는 플랫폼 기술이다. 현재 이를 활용한 5개의 전임상단계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가장 앞서나간 것이 NG-384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경쟁사의 항암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NG-384, 종양미세환경의 T세포를 활성화하다
NG-384는 아데노바이러스를 변형한 항암바이러스로, 가장 강력한 면역세포인 T세포 활성화한다. 특히, 고형암의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서 억제된 T세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T세포를 활성화한다'는 뜻을 가진 'MiTe(Membrane Integrated T-cell Engager)'라는 PsiOxus의 자체 기술을 통해 바이러스를 통해 암세포의 세포막에 T세포를 유인할 수 있는 단백질을 발현하게 하는 것이다.
NG-384가 전달하는 유전자(transgene)는 크게 두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암세포가 T세포 CD28에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인 CD80을 발현하게 해 T세포를 자극한다. 다른 하나는 T세포에 있는 CD3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결합부위(scFv)를 가지는 것으로, 이 과정을 통해 T세포는 종양에 침투할 수 있도록 활성화된다. 이러한 기전을 근거로 PsiOxus는 항암바이러스가 미세종양환경에서도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NG-384는 CD4, CD8의 두가지 T세포를 모두 활성화하며, 미세종양환경에서 항암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동물모델인 Xenograft에서도 효능을 확인했다. 또한 NG-348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분을 변형해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감염되도록 조작, 정상세포에서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NG-384가 미세종양환경의 T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뭘까?
목표는 T세포 활성화: NG-384 vs CAR-T
이 플랫폼이 가지는 차별성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CAR-T세포 치료제(이하 CAR-T)와 비교해 설명할 수 있다. CAR-T는 T세포가 가진 강력한 공격력을 이용하기 위해 기존에 T세포 수용체가 항원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생기는 한계점을 인위적인 수용체인 CAR(chimeric antigen receptor)를 도입해 극복한 기술이다.
CAR-T는 혈액암에서 가지는 뛰어난 효과로 인해 현재 FDA의 승인을 얻어 진행하고 있는 CAR-T 임상진행만 100건에 이른다. 그러나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서는 T세포의 한계성으로 인해 고형암에서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NG-384는 종양미세환경에서 활성이 억제된 T세포가 종양에 침투할 수 있게 돕는 두 가지 MiTe 단백질을 발현하기에, CAR-T가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고형암에서 치료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유전자 변형, 증식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을 해야하기에 번거로우며 비용이 많이 든다. 이와는 반대로 NG-348는 환자에 따라 추가조작이 필요하지 않는 "off the shelf product"라는 장점이 있다. 말 그대로 선반에 진열된 제품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성품' 같은 특성을 갖는다는 것.
이 뿐만 아니다. 고형암에서 CAR-T가 한계성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적절한 타깃항원 선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NG-348은 암세포에 원하는 물질을 발현시켜 T세포를 활성화하는 원리이기에 암종, 환자에 따른 항원 발현정도 혹은 병기와 상관없이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PsiOxus는 사이토카인 혹은 항체를 세포밖으로 분비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BMS는 향후 임상개발과 치료제 상업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John Beadle PsiOxus 최고경영자는 "NG-348는 암세포를 겨냥하는 T-SIGn 플랫폼의 첫번째 항암바이러스다" 라며 "Immuno-oncology의 선두주자인 BMS와 다시 한번 협력하게 되서 기쁘다. 우리 파이프라인이 임상개발로 들어가 치료제가 없는 암환자들에게 쓰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항암바이러스, 대세는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
BMS를 포함한 다국적 제약사가 항암바이러스 파이프라인을 주목하는 이유는 옵디보를 포함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 했을 때 '치료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시판된 항암바이러스는 2015년 10월에 FDA 허가를 받는 암젠의 '티벡(T-VEC, 제품명: 임리직)'으로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갖는다. 최근 T-VEC의 가치가 재조명 받고 있는데, 여보이 및 키트루다와 병용투여를 할 경우 치료효과가 극대화된 임상결과 때문이다.
T-VEC의 단일 투여시에는 GM-CSF를 투여한 환자보다 4.4개월가량 더 생존했고 11%의 환자에서 종양 소실이 일어났다. 반면, 여보이를 병용투여한 임상1상 결과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는 50%였으며, 종양이 완전히 소실된 환자는 22%에 이른 것. 키트루다와 병용투여한 경우에는, 57.1%의 환자가 반응을 보였고, 23.8%의 환자가 종양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항암바이러스와 면역관문 억제제가 시너지 효과를 보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면역관문 억제제의 경우 암세포가 T세포를 불활성화하는 것을 막는 원리인데, 항암바이러스로 T세포가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종양부위로 모이면서(recruiting) 더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신라젠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항암바이러스인 '펙사벡'의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의 가능성을 보고 임상 계획 중이다. 이에 신장암은 정부과제로 선정,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대장암은 글로벌 임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