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치료제 성공률 0%의 알츠하이머병은 정말 난공불락의 질환(disease)인 걸까? 어쩌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데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저하라는 증상(symptom)으로 진단하는 병이다. 물론 환자의 사후조직에서 아밀로이드, 타우에 대한 병리학적 분석이 이뤄졌지만 그 자체가 알츠하이머병과 동의어는 아니었다. 문제는 신약을 개발하는 접근방법은 이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조직에서 보이는 병리학적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다는 데 있다. 즉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기준과 신약개발을 하는 표적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했던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아밀로이드를 겨냥한 약물이다. 산업계는 오랜기간 동안 아밀로이드를 겨냥한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그 이유는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cascade hypothesis)에 기반하는데 아밀로이드가 원인으로 다양한 병리증상이 야기되고 결과적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된다는 이론이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거나 그 정도를 낮추는 후보물질들이 임상에서 시도됐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임상시험의 1차 충족점(primary endpoint)인 인지저하를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아밀로이드 가설의 종말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고 산업계는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채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지난 10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과 알츠하이머병 협회(AA)는 ‘NIA-AA Research Framework: Toward a biological definition of Alzheimer’s diasease’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대한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재정의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증상이 아닌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정의하겠다는 발표내용이었다. 이전 인지저하로 정의했을 때와 비교하면 크게 두가지가 달라지게 된다. 환자가 인지저하를 보이더라도 바이오마커가 없으면 알츠하이머병이 아니다. 반대로 정상인도 뇌에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알츠하이머병으로 분류된다. 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의 큰 변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