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고분자 기반 의료기기 개발회사 엔게인(ENGAIN)의 하지정맥류 치료키트 ‘베노클로(VENOCCLO)’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확증(Pivotal)임상에 진입한다.
엔게인은 지난 21일 식약처의 임상승인을 받았으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 2개 병원에서 본격적인 확증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엔게인의 이번 임상은 총 104명을 대상으로 미국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Medtronic)의 하지정맥류 치료기기 '베나실(VenaSeal)' 대비 베노클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으로 디자인했다.
임상의 1차종결점은 시술 후12주(3개월)에 표적 정맥의 완전한 폐색으로 평가된 환자비율이다. 추가로 시술 후 24주(6개월)간의 추적관찰을 진행해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엔게인은 두번에 걸친 전임상에서 미니돼지(mini-pig)를 대상으로 베노클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총 16마리, 각 7개 부위를 대상으로 약 2개월(61일)의 추적관찰을 진행한 결과, 베노클로를 통해 접합된 혈관은 완전한 폐색을 보였으며 주입한 접착제에 의한 국소적 이물반응은 가벼운 수준으로 확인됐다. 전임상 결과는 지난 2021년 6월 해외학술지 머터리얼스(Materials)에 게재됐다(doi: /10.3390/ma14133527).
고영국 엔게인 대표는 “국내 최초로 자체 신기술을 통해 개발된 하지정맥류 폐색수술 기기의 임상개발 진행건”이라며 “베노클로는 기존의 비싼 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하지정맥류 수술은 정맥혈관을 드러내 제거하는 발거술, 레이저 또는 고주파를 통한 고열로 혈관을 막는 정맥폐쇄술 등이 시행되고 있다. 그 중 레이저, 고주파를 활용한 정맥폐쇄술은 기존 발거술에 비해 침습적 부담이 덜하고 수술 후 회복이 빨라 발거술 대비 시장 점유율이 높다. 그러나 고열을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피부화상, 조직 및 신경손상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으며, 수술 후 일정기간 재활을 돕기 위한 압박스타킹을 착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고주파 정맥폐쇄술의 경우 수술 가격이 상당히 비싸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베노클로는 n-BCA(N-butyl cyanoacrylate) 성분의 의료용 접착제를 혈관 내 카테터를 통해 주입하면, 혈액 내 음이온에 의해 접착제가 고분자로 중합되어 혈관을 폐색시키게 된다. 때문에 이러한 의료용 접착제를 활용한 비열(non-thermal) 시술은 최소침습적 방법으로 고열에 의한 부작용이 적으며, 시술시간과 회복기간이 짧다는 것이 장점이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베노클로는 국내 개발, 제조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갖췄고, 전국망 공급이 가능해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대표는“이번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베노클로가 출시된다면, 베나실 또는 기존 하지정맥류 레이저, 고주파 수술요법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전체 시장의 30~40%까지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엔게인은 베노클로에 이어 통증 치료용 색전재에 대한 임상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고 대표는 “오십견, 관절염, 테니스엘보(외측상과염) 등의 만성 근골격 통증은 해결이 잘 되지 않아 지속적인 치료가 요구되고 있다”라며 “이때 통증을 유발하는 미세혈관을 색전제를 통해 폐색시킴으로써 근본적인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증을 유발하는 미세혈관에 색전물질을 주입함으로써 혈관을 폐색시켜 통증을 개선하는 치료요법을 근골격질환 미세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Micro-Embolization, TAME)라 한다. TAME 요법은 국내 신의료기술 승인을 위해 올해 하반기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에 진입할 예정이다.
엔게인이 최초로 개발한 속용성 색전물질 ‘입자(IPZA)’는 TAME의 신의료기술 조건부 치료재료 항목으로 등재됐으며, 신의료기술 임상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엔게인은 기존 입자(IPZA) 제품을 TAME에 사용하기 위한 신규 제품으로 개선시킨 ‘케이입자(KIPZA)’를 개발해 올해 상반기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엔게인은 지난 2011년 설립됐으며 고분자 합성 화학기술을 접목시킨 의료기기, 제품을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엔게인의 리드 제품인 ‘이지겔(EGgel)’은 젤라틴 소재 간암 색전재로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에 사용된다. 이지겔은 폐색 후 분해되어 혈관을 다시 개통할 수 있어 반복시술에 적합하며, 젤라틴의 물성상 50µm 굵기의 혈관까지 도달할 수 있어 기존 TACE 시술에서 사용되던 겔패드로는 불가능했던 얇은 혈관까지도 폐색이 가능하다. 이러한 강점으로 이지겔은 국내 출시 3년만에 간암 색전재 점유율의 90%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엔게인은 이지겔의 파생상품인 만성통증 치료용 색전재 입자(IPZA), 의료용 접착제 ‘이지글루(EGglue)’등을 제품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