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형 대표이사
사람들은 바이오가 버블이라고 한다. 제대로 된 기업은 별로 없고 태반이 사기꾼이라고도 말한다. 그럴 수 있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제약회사에 대한 시각도 여기서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이런 토양 위에서 우리는 바이오/제약 전문매체를 하겠다고 나섰다. 아무래도 미친 게 틀림이 없다.
물론 우리도 실제로 ‘이 모델이 될까?’ 걱정도 했고, 설립과정에 우여곡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오’라는 흐름과 방향, 타이밍에 있어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바이오를 빼놓고는 그 무엇도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NASA가 암연구에 나섰다는 기사를 보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세계 1위였던 조선업계가 휘청거리고 있고,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들에 비해서는 조용하지만 전자. IT(정보통신)산업도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고 한다. 철강 화학 등 다른 제조업종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바이오/제약 회사의 하나로 손꼽히는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이 수조원씩 늘어날 때 사람들은 말도안되는 버블이라면서 비교대상으로 조선 해운 항공사 등을 꼽았었다. 엄청난 자산과 현금, 수만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는 이들 회사에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평가였다. 당시에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현재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11조원으로 현대중공업 8조1000억원의 1.35배 정도다. 대한항공과 비교하면 5배 이상이다. 현대상선의 20배가 넘는다. 이게 어디 짐작이나 했던 일인가. 물론 시가총액이 모든 것을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동안의 주식시장 움직임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이 쓴 스타트업 지침서 ‘제로투원(Zero to One)’을 읽으면서 의문을 가졌던 대목이 있었다. 의외로 버블일 때 미래가 잘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반대로 불황일 때 바로 앞의 현금, 이익에만 눈이 멀어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불황일 때가 아니라 버블일 때가 오히려 우리가 미래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바이오가 버블이라는 평가는 몇 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지금도 돈은 바이오로 몰리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바이오제약 회사들이다. 코넥스도 마찬가지다. 벤처캐피탈도, 펀드매니저도 바이오/제약회사 투자에 나선다. 새로 창업하는 많은 회사들이 바이오회사들이다. 당분간 이같은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스펙테이터 회사 설립이 구체화될 즈음, 접한 또 하나의 책이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약간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 때다. 이 책을 읽고나서 바이오제약산업의 미래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됐다. 이렇게 말하면 저자가 싫어할지 모르지만 사피엔스는 달리 말하면 ‘바이오에 투자하라’는 투자지침서다.
인류의 시작부터 농업혁명 그리고 과학혁명, 그리고 자본주의의 속성을 모두 설명해놓고 앞으로 바이오산업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 과정에서 윤리적 사회적 논쟁이 일겠지만 그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피엔스가 인간이 아닌 창조주가 되는 일이 현재 식물 동물 등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제 그 대상이 사람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제 바이오가 대세라는 데 이의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눈먼 돈을 챙겨보겠다는 족속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오제약산업은 대표적 확률산업이다. 열심히 연구한다고 해도 신약개발에 성공할 확률이 높지않다. 그러니 열심히 하다가 실패했는지의 여부를 가늠하기가 쉽지않은 분야다. 사기꾼이 많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언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언론인은 원래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었고, 언론인들은 누가 사기꾼이고, 누가 무임승차자인지를 사회에 알려서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사기꾼이 태반이라는 바이오제약산업에서 우리가 열심히 취재하고 연구한다면 그가 말했던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여기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고,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언론매체이기를 거부할 것이다. 전문성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의존형, 수동형 보도행태에서 벗어나 직접 찾고 분석하며,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을 낼 수 있는 전문가집단이 되고자 할 것이다. 기술, 논문, 인터뷰 중심의 보도와 분석, 해설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전문가언론의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명실공히 바이오/제약산업과 자본시장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투자의 근거자료가 되는 과학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Bio 분야의 컨텐츠에 특화한, 이 산업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Spectator가 되기로 했다. 포도주산업의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처럼. 우리는 산업내 이슈를 리드하고 직접 가치(Value)를 만들어가는, 작지만 깊이(depth) 있는 언론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