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승환 기자
로슈(Roche)의 자회사 제넨텍(Genentech)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콘벨로 테라퓨틱스(Convelo Therapeutics)와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제넨텍은 같은 날 미국 스카이호크 테라퓨틱스(Skyhawk Therapeutics), 일본 소세이 헵타레스(Sosei Heptares)와도 공동개발 계약 체결 소식을 공개했다.
제넨텍은 콘벨로와 탈수초화(demyelination) 관련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초재생(remyelination)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다발성 경화증을 첫 표적 질환으로 삼았으며, 대뇌백질위축증(leukodystrophy), 뇌졸중(stroke), 외상성 뇌 손상(traumatic brain injury) 등 수초(myelin) 관련 신경질환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양사는 계약금, 마일스톤 등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계약으로 콘벨로는 제넨텍에게 치료제 개발에 관한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향후 제넨텍의 콘벨로 인수 옵션도 포함됐다.
중추신경계 신경의 축삭(axon) 구조인 수초는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에서 유래한 세포막으로 만들어진다.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oligodendrocyte precursor cell, OPC)는 출생 이전의 발달과정에서 신경의 축삭을 감싸는 수초를 만들며,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수초를 통해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에 관여한다. 성인이 된 개체에서 희소돌기아교세포의 수초형성 과정은 제한적으로 일어나며, 탈수초화를 되돌릴 수 있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콘벨로는 신경의 탈수초화 과정을 연구하고 있으며,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를 이용해 탈수초화된 신경에 수초를 재생하는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콘벨로는 2018년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에서, 저분자 화합물로 콜레스테롤 합성과정을 억제해 8,9-불포화스테롤(8,9-unsaturated sterol)이 축적되면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에서 수초재생이 촉진된다고 밝혔다(doi: 10.1038/s41586-018-0360-3). 해당 논문에서 케토코나졸(ketoconazole)로 CYP51, 아모롤핀(amorolfine)으로 TM7SF2, TASIN-1으로 EBP를 억제했을 때, MBP(myelin basic protein)가 양성인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MYRF(myelin regulatory factor)가 양성인 희소돌기아교세포 수도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MYRF는 수초형성을 위한 희소돌기아교세포의 세포막 증식에 관여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제넨텍은 스카이호크와는 RNA 스플라이싱(splicing)을 조절하는 저분자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한다. 제넨텍은 스카이호크가 보유한 ‘SkySTAR(Skyhawk Small molecule Therapeutics for Alternative splicing RNA)’ 플랫폼으로 비정상 mRNA를 조절하는 항암제,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계약으로 신약의 개발과 판매에 대한 독점라이선스를 획득한 제넨텍은 임상개발, 상업화 과정을 도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스카이호크의 발표에 따르면 스카이호크가 제넨텍에게 받게 될 마일스톤, 잠재적 로열티 등의 계약금 총액은 20억달러에 이른다.
제넨텍은 소세이와 GPCR(G protein-coupled receptor)을 표적하는 저분자, 생물제제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소세이는 제넨텍이 지목한 GPCR에 대한 구조를 분석해 기능을 조절하는 약물을 설계할 예정이다. 그리고 제넨텍은 임상개발, 상업화 과정을 담당할 것이며, 개발과 판매에 대한 독점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소세이는 이번 계약으로 제넨텍에게 선지급금으로 2600만달러, 연구, 개발, 상업화 마일스톤에 따라 10억달러를 받을 수 있으며, 신약의 순매출액(net sales) 대비 로열티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