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셀트리온이 '트룩시마'의 유럽 출시를 사실상 확정 지으면서 또 한번의 성공시대를 예고했다. 미국에서는 램시마, 유럽에서는 트룩시마가 퍼스트시밀러 '투톱'으로 활약하면서 셀트리온은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항암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서의 셀트리온 입지도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항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내년 유럽 출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의 유럽 출시는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오리지널의약품(리툭산)의 모든 적응증에 대해 트룩시마 판매허가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CHMP는 의약품에 대한 과학적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 여부를 논의해 유럽의약품청(EMA)에 의견을 제시하는 기구로 약물사용자문위원회의 허가 권고는 사실상 유럽 의약품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의 최종 허가까지는 2~3개월 정도 예상된다. 승인받으면 EU 28개국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이 속한 유럽경제지역(EEA) 3개국 등 유럽 총 31개국에서 별도의 허가승인 절차 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셀트리온은 2008년 9월 트룩시마 개발에 착수했다. 2014년 8월 글로벌 임상에 돌입했으며 지난해 10월 EMA에 트룩시마 허가를 신청했다. 결국 1년 2개월여만에 CHMP의 승인권고를 끌어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류마티스관절염뿐 아니라 림프종,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을 치료하는 트룩시마는 EMA라는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서 인정한 세계 최초 항암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람의 생명에 직결돼 약물 선택에 보수적인 항암제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허쥬마 등 셀트리온의 다른 항암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램시마 성공법칙 뒤따르는 '트룩시마'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바이오젠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리툭산(유럽 판매명 맙테라)이다. 지난해 8조원 이상 판매되며 휴미라에 이어 글로벌 항체의약품 매출 2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트룩시마는 내년 유럽 시장에 출시되면 저렴한 가격과 동일한 효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시장을 석권한 램시마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2013년 EMA로부터 램시마 허가를 받았지만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것은 2015년 3월이다. 램시마는 출시 1년만인 올해 1분기 오리지널의약품 시장의 40% 이상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연말까지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인 산도스가 지난 5월 EMA에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신청했지만 격차가 있다. 먼디파마(Mundipharma)와 바이오가랑(Biogaran), 컨(Kern) 등 기존 램시마의 유통사들이 그대로 트룩시마 판매에 나선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상반기 미국 FDA에 트룩시마 허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와 마케팅 노하우를 가지고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리툭산의 미국 특허는 2018년 만료될 예정이다.
◇램시마·트룩시마 이어 '허쥬마'까지..25조 시장 공략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는 결국 퍼스트 바이오시밀러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초의 바이오시밀러, 특히 장기간 처방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을 후발 주자들이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두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와 트룩시마로 내년 각각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2개의 새로운 거대 시장을 확보한 셀트리온은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상장을 앞둔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가치가 재평가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의 또다른 파이프라인도 대기하고 있다.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는 지난 10월 유럽 EMA에 승인 신청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FDA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1월 허가받았다.
램시마, 트룩시마에 이어 허쥬마까지 더하면 약 25조원의 시장이다. 셀트리온은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성장 구조 정착을 위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등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기반으로 한 사업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를 통해 제품 품질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고히 구축하는 한편 R&D 대량생산 글로벌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체제를 통해 경쟁자를 압도하는 원가구조를 갖춰 후발주자가 따라올 수 없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로 이어지는 ‘퍼스트무버’ 제품군 및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군과 수년 내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Top 10’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전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