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9일(현지시간)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과 '히드록시 클로로퀸(hydroxy chloroquine)'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 EUA)을 허가했다. 이 두 약물은 병원에 입원한 10대 및 성인 코로나19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임상시험용으로 모두 사용 가능하다.
클로로퀸은 1934년 바이엘(Bayer)이 개발한 말라리아치료제로 류마티스 관절염에도 사용된다. 히드록시 클로로퀸은 클로로퀸을 변형한 약물로 말라리아,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에 사용된다.
클로로퀸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바이엘이 클로로퀸 300만정을, 노바티스 자회사인 산도스(Sandoz)가 히드록시 클로로퀸 3000만정을 미국 보건부(HHS)에 기증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클로로퀸은 고무적인 초기 임상 결과를 보이고 있다. 최대한 빠르게 승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테판 한(Stephen Hahn) FDA 국장은 클로로퀸에 대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FDA의 긴급 승인은 디디에 라울(Didier Raoult) 프랑스 마르세유 감염병 연구기관 교수의 연구결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라울 교수팀은 36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히드록시 클로로퀸과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을 투여후 RT-PCR로 바이러스량을 검사했다. 연구팀은 투여 5일째 환자 100%가 음성인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히드록시 클로로퀸만 투여했을 경우에는 5일째 환자 50%가 음성인 결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상반되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루 홍주(Lu Hongzhou) 푸단대 공중보건임상센터(public health clinical center) 교수 연구팀은 히드록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DOI: 10.3785/j.issn.1008-9292.2020.03.03).
루 교수 연구팀은 3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15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히드록시 클로로퀸 투여군과 대조군을 비교했다. 대조군은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 휴식, 산소 흡입 등을 사용하고 인터페론과 '칼레트라(Kaletra)'를 필요한 경우 사용했다. 연구팀은 약물 투여 7일차에 두 그룹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량을 RT-PCR로 측정했다. 연구팀은 히드록시 클로로퀸 투여군에서 환자의 86.7%(13/15명), 대조군에서 93.3%(14/15명)가 음성인 결과를 나타냈다. 루 교수는 히드록시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선 더 큰 규모의 임상에서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라울 교수와 루 교수 연구팀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업계의 전문가들은 클로로퀸과 히드록시 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스테판 한 FDA 국장은 클로로퀸에 대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며, 루치아나 보리오(Luciana Borio) 전 FDA 수석과학자는 트위터에서 “클로로퀸과 히드록시 클로로퀸이 임상적 이점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없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사용승인을 누가 했는지 보고싶다” 며 “이번 승인은 in vitro 결과와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하지만 부정적인 연구결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클로로퀸과 히드록시 클로로퀸을 장기간 복용하거나 고용량을 복용하면 시력손상과 심장 박동 장애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긴급사용승인에 따라 비축된 클로로퀸과 히드록시 클로로퀸은 미국 각 주(State)에 배포될 예정이다. 미국 HHS는 "두 약물을 환자치료나 임상시험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