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인공지능(AI)이 의료 분야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의사의 개입 없이 AI만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시각이다. 먼 미래가 아니며, 당장 2~3년 안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루닛(Lunit)이 첫 M&A로, 1억9300만달러 규모의 볼파라 헬스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 지분 100% 인수딜을 추진한지 8개월만인 지난 21일 인수작업을 모두 완료하고, 다음날인 22일 서울 강남구 루닛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범석 대표가 밝힌 인수 이유이다. 막연하게 던진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이같은 큰 흐름속에서 '암 정복'이라는 루닛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루닛이 그동안 추진해온 ‘전략을 바꿔야 하는' 깊은 고민이 이번 딜에 깔려있었다.
루닛이 볼파라를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이제는 AI 분야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라는 초거대(hyperscale) 모델이 등장하면서 ‘데이터의 규모’가 가장 큰 제한 변수가 되고 있다.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AI 분야의 중요한 기점인 2012년 이전, 2012~2020년, 2020~2023년을 기준으로 AI 모델의 크기는 10배씩, 데이터 크기는 100배씩 증가하고 있다. ChatGPT는 10억개의 데이터 값이 들어갔다.
서 대표는 “의료 분야에서는 (한 영역에서) 수십억은 불가능한 숫자이며, 1000만에서 최대 1억개의 데이터가 최대치라고 보고 있다”며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에 각 병원과 연계하는 방식의 데이터 수집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루닛도 전략을 바꿔가는 일환에서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고 선포했다는 것. 그는 “이는 AI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이 볼파라 인수로 연결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