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신창민 기자
셀비온(CellBion)이 다음달 중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임상2상을 진행중인 전립선암 타깃 방사성의약품치료제(RPT)의 경쟁력과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김권 셀비온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셀비온의 전립선암 RPT는 체내에서 높은 안정성(stability)을 가진 링커를 적용해 방사성 동위원소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실제 임상2상 중간결과에서 경쟁사 노바티스의 플루빅토(Pluvicto) 보다 안전성, 효능 모두에서 유리해보이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임상2상을 마무리하고 식약처의 조건부승인을 통해 제품을 조기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립선암 RPT의 국내 출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셀비온은 지난 2010년 설립된 방사성의약품치료제(radiopharmaceutical therapeutics, RPT) 개발 바이오텍이다. 회사 설립자인 김 대표는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 카이스트(KAIST) 화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코오롱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셀비온은 치료용과 함께 진단용 방사성의약품도 개발중이나, 치료제 파이프라인에 더 포커싱하고 있다.
셀비온은 서울대암연구소에 본사와 GMP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있는 국가 RI신약센터에서 방사성의약품을 위한 부설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셀비온은 지난 2014년 서울대로부터 진단용 에셋인 ‘68Ga-NOTA-MSA’를 라이선스인(L/I)해 본격적인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셀비온의 핵심에셋인 PSMA(prostate-specific membrane antigen) 타깃 전립선암치료제 ‘177Lu-PSMA-DGUL(177Lu-DGUL)’도 지난 2016년 서울대로부터 도입한 약물이다. 177Lu-DGUL은 베타(β) 방사체인 루테튬-177(lutetium-177, 177Lu)을 치료용 동위원소로 이용한 에셋으로, 현재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적응증에 대한 국내 임상2상을 진행중이다.
현재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글로벌 선두는 노바티스(Novartis)로 mCRPC 치료제인 ‘플루빅토(Pluvicto, 177Lu-PSMA-617)’를 미국과 유럽(EU) 등에서 시판하고 있으며 지난 5월 국내에서도 승인을 받아 분당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도입한 상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플루빅토는 이번달 국내 환자에게 첫 투약이 이뤄지는 등, 한국시장에서 RPT가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셀비온은 전립선암 RPT 후발주자로서 플루빅토에 도전하기 위해 안정성을 높인 링커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RPT는 암세포의 표면항원을 타깃하는 바인더(리간드), 동위원소를 품고 있는 킬레이터(chelator), 그리고 이 두가지 요소를 연결시켜주는 링커로 구성돼 있다.
김 대표는 “셀비온은 플루빅토와 같이 PSMA에 결합하는 리간드에서 동일한 그룹(Glu-urea-Lys), 킬레이터도 동일한 DOTA를 사용하지만 링커에서 차이가 있다”며 “플루빅토가 아마이드결합(amide), 방향족고리(aromatic ring)를 도입한 소수성(hydrophobic) 링커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셀비온은 친수성(hydrophilic)이 더 높은 티오우레아결합(thiourea)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플루빅토의 아마이드결합은 인체에 투여됐을 때 여러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가 일어나 리간드와 킬레이터가 분리되게 되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반면 셀비온의 링커는 체내 효소에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친수성으로 대부분이 간에서 대사를 거치지 않고 분해되지 않은 안정한 상태로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셀비온의 RPT는 플루빅토에 비해 대사적으로 안정한 물질로 디자인됐으며 알부민과도 더 적게 결합해 여러 부작용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임상에서도 (플루빅토와 간접비교시) 동급 이상의 효능과 함께 부작용은 현저히 줄어든 결과를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셀비온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가 진행중인 177Lu-DGUL의 mCRPC 임상2상 중간평가 결과, 전체반응률(ORR) 38.5%(15/39), 완전관해(CR) 12.8%(5/39)를 확인했다. 셀비온이 비교 데이터로 제시한 플루빅토의 VISION 임상3상에서는 ORR 29.8%(95/319), CR 5.6%(18/319)였다. 환자 규모에 차이가 있으며 직접비교는 어렵지만 셀비온의 177Lu-DGUL이 더 높은 데이터를 나타냈다.
또한 안전성 평가에서 호중구, 혈소판, 백혈구, 림프구 감소 등의 혈액독성에서 177Lu-DGUL은 0~4.8%의 발생률을 보였으나, 플루빅토는 8.5~17.2%로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PSMA 타깃 치료제의 주요 부작용인 구강건조에서도 177Lu-DGUL은 13.3%, 플루빅토는 38.8%였다.
또한 김 대표는 “RPT는 인체에 투여했을 때 각 조직 장기별로 방사선 피폭정도를 측정하게 돼 있는데 보통 전립선암의 경우는 신장이나 침샘을 주로 보게 된다”며 “신장의 피폭정도는 177Lu-DGUL에서 0.31Gy/GBq였으나 플루빅토는 0.43, 침샘에서는 177Lu-DGUL 0.32, 플루빅토 0.63으로 플루빅토가 상대적으로 높은 피폭수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전립선암 치료제에서 많이 보고되는 구강건조 부작용에서도 177Lu-DGUL가 더 낮은 수치를 보여주는 등 우수한 안전성을 나타냈다”고 부연했다.
셀비온은 내년 임상2상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상이 완료되면 식약처에 177Lu-DGUL의 조건부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177Lu-DGUL은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식약처의 희귀의약품, 혁신의약품 등의 지정을 받은 등 신속심사와 조건부허가 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김 대표는 “177Lu-DGUL의 임상2상을 마치고 조건부허가를 통해 조기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177Lu-DGUL은 희귀의약품 등과 함께 지난해 7월 신속심사를 통해 조기출시가 가능한 GIFT(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지정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셀비온은 조건부허가에 성공하게 되면 내년 4분기 177Lu-DGUL을 국내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6년 371억원, 2027년 429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 출시된 플루빅토의 약가가 비급여로 약3000만원인 것을 고려해, 플루빅토 가격의 90%인 2700만원으로 177Lu-DGUL 약가를 상정했다.
셀비온은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알파(α) 방사체인 악티늄-225(actinium-225, 225Ac)를 탑재한 ‘225Ac-DGUL’을 개발중이며, 현재 전임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김 대표는 2026년에 225Ac-DGUL의 전립선암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PSMA 외에 FAP(fibroblast activation protein)를 타깃하는 RPT도 초기단계에서 개발중이며 177Lu, 225Ac 동위원소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셀비온은 동아에스티(Dong-A ST)의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자회사인 앱티스(AbTis)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항체-방사성동위원소접합체(ARC)에 대한 초기연구를 수행중이다.
김 대표는 “위암, 직장암, 췌장암 등의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FAP 타깃 RPT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중이며 현재 후보물질 도출이 완료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셀비온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위해 177Lu-DGUL의 적응증 확대, 방사성의약품 제조시설 구축, 파이프라인 다양화 등 3가지 전략을 갖고 있다. 셀비온은 향후 177Lu-DGUL의 적응증 확대를 위해 mCRPC 외에 초기 전립선암 적응증에 대한 추가적인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개발도 병행하고 있으며, 177Lu-DGUL의 동반진단 에셋인 ‘68Ga-NGUL’의 임상을 진행중이다. 68Ga-NGUL은 임상1상을 완료한 상태이며 환자의 PSMA 양성(+) 여부를 진단하는 등의 용도이다.
다음으로 셀비온은 향후 177Lu-DGUL의 본격적인 생산 판매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연간 생산능력 8만5000도즈 규모의 방사성의약품 제조시설을 국내에 구축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을 타깃으로 177Lu-DGUL을 공급하고, 신사업으로 치료용 동위원소 생산공급도 추진할 예정이다.
셀비온의 기업공개(IPO) 총 공모주식수는 191만1000주로 전량 신주모집으로 진행한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1만~1만2200원이다.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약 233억원(희망 공모가밴드 상단 기준)을 조달할 예정이다. 공모자금은 신약 임상비용, 연구자금, 연구인력 확보 등에 활용한다. 이달 24일부터 30일까지 5영업일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달 7일~8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상장주관사는 대신증권으로, 다음달 중순에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셀비온은 2030년까지 3종 이상의 방사성의약품을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코스닥 상장을 통해 전립선암 방사성의약품 신약출시와 기술수출을 달성하고 테라노스틱(theranostics) 방사성의약품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적응증 확대, 방사성의약품 제조시설 구축, 파이프라인 다양화 등 중장기 성장전략 또한 착실히 밟아 지속 성장하는 셀비온이 되겠다”고 말했다. 테라노스틱은 치료(therapeutics)와 진단(diagnostics)의 합성어로, 플루빅토 등과 같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약물을 의미한다.